[박상길의 부동산 톡!] 둔촌주공 `청약 완판` 미스터리…"선방" vs "믿을 수 없다"

박상길 2023. 2. 17.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재건축 단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서 미분양 물량 1차 계약 분 추첨을 마친 추첨자들.<연합뉴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아파트가 미분양 사태, 마이너스 피 매물 속출이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중소형 완판(완전 판매)이라는 '이변'을 연출하자 시장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나 분양 업계는 "선방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반면 소비자들은 "믿을 수 없다"라는 등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둔촌주공의 계약률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점 때문에 '완판'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집값 하락 시기에 높은 가격에 분양받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청약 경쟁률이 좋아도 걱정, 나빠도 걱정인 둔촌주공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1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진행된 둔촌주공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전용면적 59㎡와 전용 84㎡ 2725가구 계약이 모두 완료됐습니다. 작년 12월 4786가구를 일반분양한 둔촌 주공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보다 저조했으나 올 들어 1월 초 정부의 규제 지역 해제, 전매제한 완화 등 대대적인 규제 완화 영향으로 실수요자가 거주할 수 있는 전용 59㎡와 84㎡가 모두 계약된 것입니다.

다만 이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의 43%를 차지하는 전용 29㎡ 10가구와 전용 39㎡ 1150가구, 전용 49㎡ 901가구 등 261가구 중 60%가량만 계약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주택형은 1∼2인 가구용으로 작은데 분양가가 5억2000만∼8억8000만원에 달해 실수요자가 분양받기에 부담스럽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용 39㎡의 경우 분양 당시에도 경쟁률은 2대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조했으며 2순위에서도 공급 가구수의 5배 규모의 예비입주자수를 못 채우고 마감됐습니다. 둔촌주공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이르면 이달 말 청약홈을 통해 잔여 물량에 대한 무순위 접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측은 최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이 추진되면서 무순위 청약의 거주 요건이 폐지돼 전국에서 청약이 가능해지고 유주택자도 청약할 수 있어 무순위에서 미계약분이 소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해당 정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이런 내용의 개정안이 법제처 심의 중이며 이달 중 시행 예정이라고 합니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둔촌주공아파트 청약 성적과 관련해 예상보다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둔촌주공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면 올해 분양 시장이 암담했을 텐데,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긴 했지만 미분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중형 평형이 완판되었다는 것은 청약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둔촌주공은 생각보다 중형 평형을 빠른 시간에 소진하면서 나름 선방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곳만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입지나 가격 경쟁력에 따른 초양극화 양상이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체 물량으로는 일반 분양 물량이 80%는 계약이 됐고 특히 전용면적 59㎡, 전용 84㎡는 마감됐다. 작은 면적의 무순위 접수가 남아있는데, 그 정도라면 둔촌주공 사업 추진 리스크는 낮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잔여 가구의 면적 유형이 작고 분양가 부담이 있어 물량 소진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옥석가리기가 더욱 심화됐다며 좀 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김효선 위원은 "올해 분양시장은 초미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집값 하락기의 주된 요인인 집값 고점 인식, 고금리 기조가 지속된 가운데 규제 완화로 실수요가 움직이면서 계약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분양 공급의 입장에서는 공사비,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비용이 증가했고 매수의 입장에서는 분양가가 성패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어서 일부 경쟁력이 있는 단지에만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함영진 랩장은 "분양 시장은 주택시장 위축으로 당분간 총청약자, 청약경쟁률이 낮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분양 물량 개선은 봄 분양 성수기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