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10원 벌이가 어디냐”... 점심시간 미술관 바글대는 이유
같은 앱 켠 1명 찾으면 10원
은행 행사에 ‘직장인 성지’로
“40분간 6000원, 커피값 건져”
“어려운 경제 반영, 웃픈 현실”
16일 오후 12시 10분쯤 조용하던 서울 중구 덕수궁 옆 시립미술관 앞 광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20분쯤 지나자 약 800㎡ 되는 공간에 200여 명이 빽빽하게 들어찼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사람들 사이로 “아싸 커피 값 벌었다” “돈 들어온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렸다.
최근 한 은행이 스마트폰 앱 홍보 이벤트로 이른바 ‘10원 줍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를 이용해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다. 블루투스 기능을 켜고 이 앱을 실행하면 주변에 같은 앱을 켠 사람이 화면 속에 아이콘으로 나타나는데 상대방 아이콘을 누르면 1명당 10원씩 적립되는 식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심시간 시립미술관 앞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해 사람들이 더 많이 몰리면서 이곳이 하나의 ‘성지’가 됐다.
광화문 인근 직장인 이모(34)씨는 1주일 전부터 직장 동료 셋과 함께 점심 시간이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씨는 “밥 먹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오고 있는데 매일 30분 정도에 커피 값인 3000원 안팎씩 모으고 있다”며 “티끌 모아 태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배달업을 하는 김모(64)씨도 나흘 전 근처에 배달 왔다가 사람이 몰려 있는 것을 본 뒤 이튿날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점심시간에 일부러 이곳 근처로 배달을 잡은 뒤 10원 줍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은 40분 동안 6000원이나 벌었다”며 웃었다.
최근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10원’이라도 모아보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처럼 점심시간에 은행 앱을 이용해 10원씩 줍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스마트폰으로 걸음 수를 측정해 1000보당 10원씩 포인트를 주는 앱을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한 만보기앱은 1만보를 걸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100캐시를 적립해주는데 이를 위해 휴대전화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만보기 기계’까지 나왔다. 이달 초 이 기계를 8700원을 주고 샀다는 한 직장인은 “휴대전화를 쓰지 않을 때 이 기계에 1시간만 올려놔도 100캐시를 얻을 수 있다”며 “하루에 100원씩, 한 달이면 3000원을 모으는데 석 달만 돌려도 일단 기계 값은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용산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1개비당 10원’ 담배꽁초 줍기 아르바이트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용산구는 담배꽁초를 주워오면 1g당 20원의 보상금을 주고 있다. 꽁초 1개비당 약 10원인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50~60대부터 용돈을 벌려는 20대 대학생들까지 꽁초를 주워오는 사람이 많다”며 “작년에는 총 2000만원 예산 중 약 700만원밖에 쓰지 못했는데 올해는 관심도가 높아서 예산을 오히려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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