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코로나로 마일리지 못 썼는데”…독과점 노선만 혜택 줄인 KAL

김재영 논설위원 2023. 2. 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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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나 파리 가려 했더니 이젠 동남아밖에 못 가겠다." 4월 시작되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이나 높은 등급을 이용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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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나 파리 가려 했더니 이젠 동남아밖에 못 가겠다.” 4월 시작되는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 같은 장거리 노선이나 높은 등급을 이용하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마일리지가 필요해서다. 개편 전에 부랴부랴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매하려 해도 죄다 매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막혔던 해외여행 수요가 터져 나오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불만의 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개편안의 핵심은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살 때 공제하는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 거리’로 바꾸는 것이다.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 등은 혜택이 다소 늘지만 장거리일수록 마일리지 차감 폭이 커져 소비자가 불리해진다. “장거리 고객은 4분의 1에 불과해 다수 회원에게 유리한 기준을 채택했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 하지만 마일리지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큰맘 먹어야 갈 수 있는 중장거리 항공권 구매를 위해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모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단거리는 혜택을 찔끔 늘리고 장거리 혜택은 크게 줄인 대한항공의 진짜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단거리 노선은 혜택을 늘려도 손해 볼 게 없다. 저비용항공사(LCC)라는 저렴한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마일리지를 쓰면서까지 가려고 하는 수요가 많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사실상 독점이 되는 미국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은 고객이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향후 합병이 이뤄지면 서비스 축소 사례가 더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마일리지를 쓰기 힘들다는 불만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항공권 대신 숙박과 쇼핑, 모바일 쿠폰 등으로 사용처를 확대했다. 하지만 이 역시 ‘꼼수’에 가깝다. 마트에서 장 보려고 마일리지를 쓰려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 데다 항공권을 살 때보다 혜택도 훨씬 적다. 해외 교포들은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고객들은 마일리지 사용 유예기간을 연장하거나, 좌석 수를 늘려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일리지는 회계상으로 부채(이연수익)로 잡힌다.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빚이란 뜻이다. 소비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일방적인 개편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 또 몰라도 대한항공의 지난해 실적은 눈부시다. 지난해 매출이 13조4127억 원, 영업이익은 2조88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3%, 97% 늘어 모두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고객 입장을 배려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역대급 실적에도 고객은 뒷전’이란 눈총을 피할 수 없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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