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학길 칼럼] 정치 안정이 최선의 경제정책이다

2023. 2. 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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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지난 6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올해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분야를 묻는 항목에서 '경제위기 극복'이라고 답변한 비율은 47%, '여야 협치 등 정치안정'은 14.6%, '부동산 및 주거안정'은 14%였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에서도 결국은 '경제가 문제야'에 의해 총선 결과가 좌우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당이나 야당이 구체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내놓지 않는 한, 또한 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믿음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지 않는 한, 총선 승리는 무망한 것이 될 전망이다. 그러면 현재 한국 경제는 어떠한 정도의 경제위기 징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첫째, 세계 경제가 아직도 미국 경제에 의해 선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유럽에서의 영국 경제처럼 성장 추세에서 이탈되고 있다. 한국의 수출시장에서 중국 뒤에서 버텨주던 '2위 수출시장' 아세안에 대한 수출마저 4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9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을 평균 1.1%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국가 대부분의 성장률 예측치는 중국(4.8→5.2%), 베트남(6→6.1%), 태국(3.7→3.8%) 등으로 상향조정했다. 올해 성장률로 보면 한국은 일본(1.3%)보다 낮은 최하위권이 예측된다.

9개 IB가 예상한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은 2%다. 12개 아시아 국가 중 일본(0.9%) 다음으로 낮다. 홍콩은 3.3%, 대만은 2.6%, 싱가포르는 2.3%다. 한국은 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추세는 추락하는 영국의 경제성장률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영국은 2021년 7.5%에서 2022년 4.1%로 떨어졌고 올해 전망치는 -0.6%다.

두번째, 물가와의 싸움도 힘들다. 미국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5.2% 상승하며 전월(4.8%)보다 상승폭이 확대되었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5.0% 상승했다. 2009년 2월(5.2%)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8.3% 급등해 201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택시 요금도 올랐고 지하철· 버스 요금도 인상 수순을 밟게된다. 이를 보면 정부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3.5%)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대내외 경제환경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민생은 인플레와 저성장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이렇다 할 종합적인 경기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다만 정부는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을 상반기 동결하고, '돈잔치' 은행들의 과점 체계를 개혁하기로 했다.

2022년 1월서부터 2023년 1월 사이의 2년 동안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에서 3.50%로 인상된 데 반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0.25%에서 4.75%로 급상승했다. 2022년 7월을 기점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초월하여 현재 1.25%포인트 격차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 원화 가치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인플레의 지속과 경기 하강에 지칠 대로 지친 일반 국민들은 여야 협치에 의한 정치 안정으로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으리라는 기대는 접어들인지 오래다. 여당 또는 야당 내에서의 정치적 안정 역시 총선을 앞둔 공천권에 대한 이전투구로 인해 물건너 간듯 하다.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자당 내에서의 정치도 안정시키지 못하는 정당들이 무슨 수로 여야 협치에 의한 정치 안정을 달성할 수 있겠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야 공동으로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란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만이라도 여야의 총선 열차에서 탈출하여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회복에 올인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내년 4월의 준엄한 총선 심판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지만, 그러기에는 다가오는 경제위기 징후들이 너무나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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