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종전 아닌 휴전될 것…전투기 지원하면 바로 3차대전”
“올 봄 춘계대전투가 사실상 마지막 고지전”
“러 승기 잡으면 美와 평화협상 돌입할 것”
“전투기는 핵 전쟁 레드라인…지원 못한다”
美·러 사이 끼인 韓…“외교 균형 추구해야”
지난해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올해 2월로 1주년을 맞이했다. 해외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러시아 전문가인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장은 이번 전쟁이 세계가 기대하는 ‘종전’이 아닌 ‘휴전’ 형태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홍 원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분석하면서 “서방의 평가와 달리 러시아는 결코 패한 것이 아니라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러시아의 처음 목적은 우크라 모든 영토 점령이 아니라 수도 키이우를 손에 넣은 뒤 친러 정권 꼭두각시를 세우고 빠져나오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 의지와 서방의 지원이 시너지를 내면서 결국 첫 작전이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절대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다 손에 넣는다고 해도 반러 성향이 강한 지역이 많아서 이들을 모두 관리·통치하려면 그만큼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러 정권 수립이라는 첫 작전이 실패한 만큼 이제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쟈·헤르손 등 원래 러시아 땅이었던 지역을 되찾아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원장은 올해 봄에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군의 총공세, 즉 ‘춘계 대전투’가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마지막 대규모 충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투에서 러시아가 승기를 잡으면 다시 미국과의 본격적인 평화협상에 돌입한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그는 “러시아는 유리한 상황을 반영해 협상에서 동부 돈바스 2개 주(州)와 자포리쟈·헤르손 등 지역에 대한 영유권을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을 이어가겠지만, 미국도 앞으로는 ‘중국 봉쇄’에 더 집중해야 하는 만큼 긍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춘계 대전투는 전쟁 승리가 아니라 앞으로 있을 평화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서방의 탱크 지원 등 군사무기 제공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홍 원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투기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가 전투기를 투입해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하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홍 원장은 “전투기로 러시아 본토를 때리면 제3차 세계대전까지 갈 수 있는 만큼 매우 위험하다”며 “전투기 투입은 곧 핵 전쟁을 의미하는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과 서방은 이를 극구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원장은 최근 강도가 높아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카드’에는 서방을 견제하기 위한 경고의 의미도 있지만, 그 안에는 빨리 평화협상을 시작하자는 휴전의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쟁이 예상 외로 길어지고 보급이 힘들어지면서 러시아 입장에서도 마냥 끌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시점이 찾아왔다”며 “물론 ‘우리를 더 건드리면 핵 전쟁으로 갈 것’이라는 경고성도 있지만, 핵 무기를 계속 언급하는 것은 사실상 이제 그만 휴전하자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을 보면서 홍 원장은 우크라이나와 한국은 현재 똑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입장이라며 자강(自強)과 외교적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러시아·중국 사이에 낀 한국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를 펼치면 국익과 안보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한국은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만 러시아 역시 한반도 평화 유지에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이해당사자이자 직접적인 행위자이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며 “대(對) 미 편중 외교보단 실용적인 다자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분야 G2는 미국과 중국이지만 외교·안보 분야 G2는 아직 미국과 러시아”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비싸긴 한데, 그래도 떠날래”...가장 가고싶은 나라 1위는 - 매일경제
- “앞으로 더 곡소리 날텐데”…아비규환에 빠진 전세시장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나는 살아있다”...공포감 들게 한 소름 돋는 답변의 정체는 - 매일경제
- 검찰, ‘대장동 4895억 배임’ 이재명 구속영장 - 매일경제
- “우크라에 주려던 탱크 다는 못주겠는데”...독일이 왜? - 매일경제
- “점심 굶은 알바생, 식비 줘야 하나요?”…노무사에 물어보니 - 매일경제
- “70% 넘게 챙겼잖아”…SM 경영권 분쟁에 남몰래 웃은 기업 - 매일경제
- “에스파 곡에 ‘나무심기’ 단어 넣으라 지시”…이수만 직격한 SM 대표 - 매일경제
- 민주당에 넘어온 이재명 운명…“이탈표는 역사의 죄인” - 매일경제
- 이정후, 美매체 흥미로운 야구인 선정, 그러나 성공 보장하는 것 아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