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유가에 은행·정유사만 ‘미소’···‘횡재세 입법’ 속도 붙는다
금리인상과 고유가로 가계와 기업이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와 정유사가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횡재세(초과이윤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규정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발의 이후 후속 논의가 중단됐던 횡재세 도입 법안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고, 야당은 또 다른 ‘은행 횡재세 법’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횡재세 법안 논의가 본격화된 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의 해결책으로 횡재세를 제안하면서다. 고금리·고유가로 초과이득을 거둔 은행과 정유사 등 기업들에게 별도의 세금(횡재세)을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하자는 구상이었다. 횡재세는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 급변으로 기업이 얻은 막대한 초과 이익에 대해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법인세나 기여금, 분담금을 뜻한다.
정치권은 횡재세 입법 논의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 정유사를 대상으로 한 횡재세 법(법인세법 개정안·민주당 이성만 대표발의)이 국회 기재위에 상정됐고, 민주당은 이달 내 은행의 초과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는 ‘은행 횡재세 법’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초과 이득’에 대해 50%에 해당하는 법인세를 물리는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의 법인세법 개정안도 기재위에 상정됐다. 국회 기재위 측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이 기재위 상정이 됐으니 공론장에 올라 온 것”이라며 “당 정책위에서 (횡재세 도입)정리가 되면 기재위에서도 논의 속도가 빨라질 것”
국회입법조사처도 횡재세 법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입법조사처는 정유사 횡재세 도입은 신중한 입장인 반면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횡재세는 상대적으로 도입 타당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정유사에 횡재세를 물릴 경우 부과된 세금이 자칫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신중해야한다”며 “다만 은행은 다르다. 중앙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불로소득을 취한 것인데, 초과이득에 세금을 물려도 소비자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정부·여당은 횡재세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하지만 윤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 등 대통령이 금융권에 서민 고통 분담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경영학·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법인세율이 낮기 때문에 횡재한 기업의 이윤 가운데 사회에 귀속해야 할 이윤마저 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재정을 투입할 곳은 많고, 세수는 부족한 지금 상황에서 횡재세는 세수 확보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세금“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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