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찍은 대장동 수사…검, '비리 몸통 이재명' 최종 판단
검찰이 오늘(1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대장동 특혜 의혹' 수사가 비로소 1년 5개월 만에 정점에 이르렀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의 최종 책임자로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에 4천895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또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고려해 민원이 있는 기업들을 골라 성남FC에 후원금 133억 원을 내도록 한 것으로 봤습니다.
검찰은 피해액 등을 고려할 때 두 사안이 중대하고, 사건 관련자들과의 말 맞추기 우려 등이 있다며 이 대표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게 4천895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를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2014년부터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와 유착해 성남시와 공사 내부 비밀정보를 빼돌려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제1공단 공원화'란 공약 달성을 위해 민간업자들의 요구대로 용적률 상향, 서판교 터널 개통,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의 특혜를 몰아줬다는 것이 검찰이 파악한 전체 사건의 구도입니다.
그 결과 공사와 민간이 함께 만든 시행사 성남의뜰 지분 '50%+1주'를 가진 공사는 사업수익 중 1천830억 원의 확정이익만 배당받고, 지분 7%에 불과한 민간업자들이 7천886억 원을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민간업자의 이득은 택지 분양 수익(4천54억 원), 출자자 직접 사용 5개 필지에 대한 아파트 분양수익(3천690억 원), 화천대유의 자산관리 위탁수수료(140억 원) 등입니다.
검찰은 사업 지분, 공모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민간의 부당이득 가운데 성남시가 의도적으로 포기한 이익 규모를 4천895억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공사가 받을 수 있었던 적정 배당 이익 6천725억 원(전체 개발 이익의 70%)에서 공사가 실제로 받은 확정이익 1천830억 원을 뺀 액수입니다.
검찰이 민간업자들의 부당 이익에 아파트 분양 수익과 위탁 수수료 등을 추가하면서 이 대표에게 적용된 배임액은 2021년 1차 수사팀이 산정한 액수인 '651억 원+알파(α)'보다 대폭 늘어났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민 몫으로 환수한 금액이 5천503억 원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의 기존 개발이익(1천822억 원) 외에도 신흥동 제1공단 공원화 비용(2천561억 원),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1천120억 원) 등을 모두 성남시의 환수액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부분은 사업 비용으로 보고 성남시가 얻은 이익 산정에서 제외했습니다.
검찰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습니다.
성남FC 구단주였던 이 대표가 성남시 소유 구미동 땅을 파는 대가로 네이버에 FC 운영자금 50억 원을 내라고 요구했고 부지 매각, 각종 인허가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서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푸른위례 등 4개사에서 133억 5천만 원의 후원금을 유치했다는 게 검찰 판단입니다.
성남시는 2013년 12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를 인수한 뒤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당시 시장이던 이 대표가 축구단 운영과 관련한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기업들을 접촉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일화 인수 당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 사건을 지방권력과 부동산개발업자가 유착해 본래 지역주민과 자치단체에 돌아가야 할 천문학적 개발이익을 부동산개발업자와 브로커들이 나눠가진 지역토착비리로 규정했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이던 이 대표를 구속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특경법상 배임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한 만큼 도주 가능성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입니다.
특경법 3조 1항 1호는 배임으로 본인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이 50억 원 이상이면 5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합니다.
성남FC 후원금 사건에 적용된 특가법상 뇌물죄 역시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이면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입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진술 태도에 비춰 말맞추기 등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크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총 세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서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사실상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최근 친이재명계 좌장 격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김용·이화영 씨가 수감된 구치소를 잇달아 접견해 "알리바이를 만들라"고 말한 점도 회유 가능성을 방증한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이 대표는 소환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제1야당 대표라는 위치를 고려할 때 도주의 우려가 없으므로 구속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정 의원 접견은 회유와 무관하고, 오히려 검찰이 영장 청구 사유를 만들려고 일부러 접견 내용을 흘렸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대장동 의혹은 2021년 9월 불거졌습니다.
이 의혹은 대선판을 뒤흔들었고,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대장동 일당의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본격 수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특수수사를 담당하는 4차장검사 산하에 전담 수사팀을 꾸려 속도를 냈지만 두 달간 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 씨 등 4명을 기소한 데 그쳤습니다.
유한기 전 공사 개발본부장, 김문기 개발1처장이 차례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검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고, 해가 바뀌어 대선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 초반부터 전반적인 진행 과정을 다시 세밀히 들여다봤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동규, 남욱 씨 등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이 태도를 바꿔 이 대표 측과 연관성을 진술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았습니다.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김용 씨를 잇달아 구속하며 수사망을 좁혀갔고 오늘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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