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도미노 부도설' 부동산PF…"봄 온다" 이유는

김평화 기자 2023. 2. 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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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파트, 공사현장 전경


지난해 말 투자업계와 건설업계를 공포에 떨게 한 강원도 레고랜드발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1월 분양에 나선 11개 단지 중 8개 단지에서 청약 미달이 나면서다. '미분양 공포'가 고개를 들며 몇몇 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위기설까지 시장에 퍼졌다.

고금리는 여전하고 원자재 가격은 올랐는데 미분양까지 쌓여가기 때문이다. 특히 1군 건설사인 대우건설이 울산 주상복합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440억원을 손절한 충격이 컸다. 하지만 정부지원정책 등에 힘입어 유동화증권 발행 규모도 회복되는 등 PF 시장을 둘러싼 긍정적 관측도 나와 최악은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0가구로 집계됐다. 앞선 11월 5만8000가구에 비해 1만여가구(17.4%) 늘었다. 2021년 말 1만7700가구와 비교하면 거의 4배다.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이 6만 가구를 넘은 것은 2015년(6만2000가구) 이후 7년만이다.

특히 대구(1만3445), 충남(8509가구), 경북(7674가구), 경기(7588가구) 등 지방 미분양 물량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일각에선 올 상반기 중 미분양 주택이 10만가구 이상 쌓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F에 참여한 건설사와 증권사 등 금융사 입장에선 미분양은 공포 그 자체다. 근본적인 PF 상환재원은 분양대금인데, 분양에 실패하면 상환이 어려워진다. 공사미수금이 늘어 현금흐름에도 문제가 생기고 공사 자체가 어려워질수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면서 금융사들은 PF 자금 집행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미분양 사례가 쌓여가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졌다. PF에 돈을 댈 금융사들의 조달금리가 높아진 충격파는 고스란히 유동화증권 발행시장으로 전해졌다. 신규 PF대출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아직 시장 분위기가 어려운건 사실이지만, '최악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채권안정펀드 등 정부지원정책의 '약발'이 통해서다.

정부는 PF-ABCP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2조8000억원을 시장에 투입했다. 지난해 증권사가 신용보강한 A1등급 PF-ABCP 금리는 7~8%대까지 올랐지만 현재 4%대까지 떨어졌다.

PF ABSTB(전자단기사채)와 ABCP(자산담보부기업어음) 등 유동화증권 발행규모는 지난해 연중 40조원 수준을 유지해왔다. 이 규모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지난해 11월 35조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2월 현재 37조원 수준으로 회복됐다.

유동화증권 만기 초단기화 등 위기가 진행형이지만 PF 기초자산인 대출 채권은 부실화되지 않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본PF가 이뤄진 건설현장의 만기는 3~4년 여유가 있다.

박영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동화증권의 만기는 도래하더라도 아직 대부분의 본PF 대출은 만기가 남아있다"며 "최근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PF 대출은 3~4년 전 집행된 PF이기 때문에 분양 성과가 양호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PF 위험이 여러 주체에 분산됐다는 점도 업계 '도미노 부도'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PF를 집행하는 금융기관은 과거 시중은행 뿐이었지만, 현재는 증권사와 보험사, 여전사, 은행, 저축은행 등으로 다양하다. 사업 단계별로 책임지는 영역이 달라, 부실이 생기더라도 건설사나 금융사가 책임을 뒤집어쓰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 PF 시장은 겨울을 '버티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분양시장이 회복되는 '봄'을 기다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공사 신용 채권이 시장에서 거래가 되기 시작했고, 금융사 신용물은 지난해 말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부동산 경기에는 사이클이 있고 정부보증 등이 나오면 미분양 문제가 해결되는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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