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국회 소위 통과… 재계 “불법 파업 조장”

곽래건 기자 2023. 2.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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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소 제한 등 노조법 개정안, 환노위 소위 가결
민노총,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 촉구 집회 - 민주노총 양경수(맨 앞줄 왼쪽에서 셋째)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의 파업 가능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해도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을 전보다 제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과 재계는 ‘불법 파업 조장법’이나 다름없다며 반대해 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민노총 청부를 받아 파업 만능주의를 야기하는 악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했다. 경제 단체들도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환노위 소위에서 회의 시작 1시간여 만에 표결 처리를 강행해 5대3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4명과 정의당 1명이 찬성했고, 국민의힘 3명은 반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오는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을 처리할 계획이다. 이후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 통과가 어려울 경우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 직회부’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앞서 남는 쌀을 국가가 강제 매입하게 하는 ‘양곡관리법’과 의료계에서 찬반이 엇갈리는 ‘간호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국민의힘은 “거대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면 민주당이 책임질 건가”라며 “그렇게 필요한 법이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왜 안 했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 법은 다른 법들과 다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법 하나가 틀어지면 다 틀어진다”며 “그런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그냥 이렇게 밀어붙이는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날 처리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때 단체교섭 대상을 ‘원청’까지 대거 넓혔다. 또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배상 청구액을 노조원 각각의 책임 정도에 따라 정하게 했다. 지금은 정리해고 반대나 해고자 복직 문제로는 파업이 불가능한데, 이것도 가능하게 했다. 노조의 활동 범위는 늘리고, 책임 범위는 줄인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민노총과 한국노총으로부터 노란봉투법을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민노총은 작년 말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를 요구하며 민주당 당사를 점거하기도 했다. ‘민노총 청부 입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2020년까지 제기된 노조 상대 손해배상 청구액의 99.6%가 민노총이고, 청구액의 97%는 민노총 금속노조가 차지했다. 노란봉투법이 소위를 통과하자, 한국노총은 입장문을 통해 “기대와 열망에 한참 못 미치지만, 노조법 전면 개정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상임위와 본회의 처리를 촉구한다”고 했다.

반면 경제 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내고 “우리 경제와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성명에서 “국민 여론을 무시한 야당의 무리한 입법 추진에 대해 경영계는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산업 현장에 노동 분쟁이 폭증하고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켜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산업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불법 쟁의행위가 더욱 늘어나 기업과 국가 경쟁력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노사 관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환노위 의원들은 소위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말로만 민생을 떠들 뿐, 오로지 정치 노조인 민노총만 바라보며 불법 파업 조장법, 민노총 방탄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노조에 언제든 파업할 수 있는 무기를 줘서, 성실하게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만 피해자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를 신청하는 등 법안 처리를 최대한 막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민주당과 정의당이 전체 5분의 3을 차지한 환노위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막을 방법은 없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국회는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잇따른 ‘법사위 패싱’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법사위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회부했기 때문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쟁점 법안에 대해 숫자의 힘으로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라면 법사위는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며 “식물 국회를 넘어 ‘투명 국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민주당이 언제까지 169석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나. 소수가 됐을 때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까지 소수를 무시하느냐”고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에 다수당 독재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기동민 의원), “대통령 하는 짓이 지금 독재”(김남국 의원)라고 반발했다.

국회 안팎에선 민주당이 정작 시급한 법안 처리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열린 기획재정위 회의에서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을 추가로 높여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세액공제율을 높이라고 지시한 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법은 뭉개면서 기업들을 어렵게 할 노란봉투법은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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