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K영상콘텐츠, 계속 황금알 낳으려면

엄형준 2023. 2. 1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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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한국의 게임 콘텐츠와 '싸이', '블랙핑크', 'BTS' 등의 'K팝', 그리고 이제는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영상콘텐츠로 'K콘텐츠' 열풍이 번졌다.

'기생충'을 제외하고,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이처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건 글로벌 OTT(Over The Top)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오랫동안 우물 안을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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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로 글로벌화 물꼬… 다양한 유통 경로 확보해야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백범 김구의 짧은 논설인 ‘나의 소원’에 담긴 이 문장이 요즘 부쩍 회자된다. 그의 바람이 70여년 만에 현실로 이뤄지는 듯하다.
엄형준 문화부 선임기자
한국의 게임 콘텐츠와 ‘싸이’, ‘블랙핑크’, ‘BTS’ 등의 ‘K팝’, 그리고 이제는 드라마와 쇼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영상콘텐츠로 ‘K콘텐츠’ 열풍이 번졌다.

영화 ‘기생충’에 이어 ‘오징어 게임’, ‘지옥’, ‘더 글로리’, ‘솔로지옥’, ‘정이’와 ‘피지컬 100’까지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국내 영화로는 첫 오스카상을 받은 데다 무려 4관왕을 차지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 공개 후 28일간 1억42만 가구가 시청하며, 세계에서 시청 가구가 가장 많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이라는 기념비를 새겼다.

‘기생충’을 제외하고, 한국의 영상콘텐츠가 이처럼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건 글로벌 OTT(Over The Top)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2015년 국내 서비스 진출을 선언하기 전까지 한국의 영상콘텐츠 유통 사업자들은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할 리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프랑스어도 아닌 독특한 한국어를 쓰는 인구 5000만의 작은 시장에 눈독 들일 이유가 없단 근거를 댔다.

2016년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고, 영화 ‘옥자’를 자사 스트리밍과 극장에 동시 개봉하며 화제를 일으켰다. 넷플릭스 측은 당시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진출 이유에 대해 “작지만 중요한 시장”이라며 “콘텐츠 공급자 측면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넷플릭스는 옥자 이후 한국 콘텐츠 제작에 5년간 77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올해에만 5500억원을 투자한다.

한국의 영상콘텐츠는 오랫동안 우물 안을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국내 시장만 놓고 보면 방송은 출판과 함께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콘텐츠 산업의 쌍두마차지만, 5년 전 수출 규모는 게임의 20분의 1밖에 안 됐다.

그러다가 2021년엔 방송 수출액이 2018년 대비 3배 이상 늘었고, 콘텐츠 수출액 중 차지하는 비율도 게임의 1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섰다. 장족의 발전이다. 삼성전자와 국내 게임사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덕분에 글로벌 판로를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로, 영상 제작자들에게 글로벌 OTT는 세계로 나가는 길을 열었다.

다만 하나의 판로에 올인하는 상황은 장기적으로 우리 영상콘텐츠 산업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K콘텐츠의 호황에도, ‘기생충’이라는 대작의 탄생에도, 우리 영화 산업의 2021년 콘텐츠 산업 수출액 비중은 0.3%밖에 안 됐다. 근 몇 년간 이어진 팬데믹의 영향을 참작해도 너무 미미한 수치다.

얼마 전 국내 유명 영화감독들은 영상저작물의 지식재산권을 플랫폼 사업자들이 독점하고, 스타 수식어가 없는 수많은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가난과 궁핍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도 우리 영상콘텐츠가 계속 황금알을 낳으려면, 물들어 온다고 노만 저을 게 아니라,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수많은 ‘꾼’들이 존재할 환경을 만드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2, 제3의 콘텐츠를 만들 저작권과 다양한 유통 경로 확보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엄형준 문화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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