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스마트폰 잇는 챗GPT 혁명…세상을 바꾸는 건 ‘SW’[AI 스토밍]

김은성 기자 2023. 2. 1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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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스마트 혁명을 넘을 새 물결
‘인터넷 혁명’을 주도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4년 12월 방한해 강연하고 있다(위 사진).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 아이폰 신제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가운데). 유서프 메디 MS 부사장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본사에서 챗GPT 기술을 적용한 자사 검색엔진 빙을 소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AP연합뉴스

1980년대 말 ‘인터넷 혁명’에 이은 2007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은 정보기술(IT) 산업 빅뱅을 넘어 세상을 뒤흔든 ‘스마트폰 혁명’을 낳았다. 아이폰 이후 인류는 스마트폰이 없던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당시 노키아를 꺾고 선두에 선 삼성전자·LG전자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피처폰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다. 이동통신사들도 데이터 통신 수익 지키기에 급급해 스마트폰 보급을 꺼렸다. 그 결과는 LG의 휴대폰 사업 포기와 삼성의 고전이었다.

챗GPT, 산업과 생활을 바꿀 것

15일 IT업계에 따르면, 아이폰을 뒤이을 ‘게임체인저’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주목받고 있다. 생성 AI는 대형 언어 모델과 이미지 생성 모델을 활용해 사용자 요구에 맞춰 콘텐츠와 이미지 등을 만들어준다. 이러한 ‘창조력’으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해 산업과 생활의 양상을 바꿀 변혁이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IT강국’이란 허울 아래 안도하며 시대 흐름을 놓친 실책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1억명 이상의 삶을 바꾸고, 바뀐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보통 사람들이 돈을 내고 쓰는 챗GPT가 주도하는 흐름을 정확히 보고 적극 대응에 나서야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얘기다.

1989년 ‘WWW’ 무료 공개 이후
세계는 인터넷으로 실시간 연결
2000년대는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기존 휴대폰 시장의 판도를 바꿔

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와 윈도로 인터넷 혁명 시대를 사실 독점했다. 1989년 인터넷으로 세계를 연결한 월드와이드웹(WWW)이 무료로 공개되면서 사람들이 정보를 생산하고 이용하는 형태가 달라졌다.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리가 발명한 ‘WWW’는 전문가 등 소수에게 제한된 인터넷을 일반인도 쓸 수 있게 해 학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웹 브라우저로 궁금한 것을 찾는 검색 시장과 개인용 PC 산업이 급성장했다. MS는 1995년 IE를 윈도 운영체제(OS)의 추가 패키지로 선보인 후 IE 11 버전까지 내놨다. IE는 2003년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 95%까지 찍었다. 이런 공룡 MS를 쓰러뜨린 시발점도 아이폰 충격이었다.

스마트폰 대응에 굼떴던 MS는 결국 경쟁사 구글에 주도권을 내줬다. MS의 ‘액티브X’ 설치 같은 번거로움과 보안 문제 등으로 사용자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지난해 6월 IE는 탄생 27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휴대폰과 인터넷을 결합한 스마트폰의 출현은 하드웨어 단위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했던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문법을 철저히 파괴했다. 애플은 전자장터인 애플마켓까지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며 충성 고객을 만들었다.

이런 아이폰이 촉발한 모바일 혁명, 스마트폰 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따로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SW)다. 아이폰이 이전 피처폰과 가장 다른 점이 바로 iOS라는 소프트웨어에 있다.

PC에 이어 휴대전화도 장악하려 했던 MS는 윈도 모바일(WM) 개발에 속도를 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선보이며 차세대 주자로 자리 잡았다. 해외 기업들이 대응하는 동안 삼성은 ‘바다’나 ‘타이젠’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구축하려 노력했으나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못한 상태다.

이용자의 스마트폰 구매 기준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브랜드와 성능, 통신사 부가서비스와 보조금이 선택을 좌우했다면, 스마트폰 출현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운영체제로 옮겨갔다. 소비자가 앱을 얼마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시장의 승부를 가르게 됐다. 이전까지 노키아가 끌어온 휴대폰 시장에선 상상조차 못하는 그림이다.

챗GPT, 새로운 IT 혁명 격전지로

전문가들은 지금 불어닥친 챗GPT발 AI 혁신의 폭풍이 확산할 경우 스마트폰 혁명에 이은 ‘제3의 물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기서도 뒤처진다면 한국은 또다시 주도권을 놓칠 공산이 크다.

인터넷과 아이폰은 접근성과 효용성을 앞세워 일상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었다. 챗GPT의 흥행속도도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 UBS는 “챗GPT가 1월에 1억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넷 등장 이후 20년 동안 이렇게 빠른 성장률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스타트업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지 2개월 만에 세운 기록이다. 지난해 기준 세계인이 가장 많이 쓰는 앱 틱톡이 1억명을 모으는 데 9개월 걸린 걸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MS 오픈AI 1월 활성 사용자 ‘1억’
기업들, 다양한 접목 사업 모색
한국이 IT 주도권 잃지 않으려면
소프트웨어 실력 더 키워나가야

시장 반응도 뜨겁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챗GPT를 매물을 소개하는 서류 작성에 쓰며 보통 사람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교육·광고·법조계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기업들은 챗GPT를 접목한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AI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유료화 모델도 시작됐다. 오픈AI는 지난 10일 유료 버전인 ‘챗GPT 플러스’를 내놨다. 월 정액제로 이용료는 20달러(약 2만5000원)이다. 업계는 챗GPT 이용자의 유료 전환율을 5% 이상으로 본다. 1억명으로 계산하면 월 1억달러(약 12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이용 가능해 이젠 보통 사람들도 비용을 내고 AI를 비서처럼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애초 AI 시장의 선두주자는 구글이었다. 구글은 2016년 바둑 AI 알파고를 공개하며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챗GPT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추격자 신세가 됐다.

인재도 빼앗겼다. 미국 테크기업 전문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챗GPT가 출시되기 전 구글 출신 엔지니어 12명이 오픈AI로 이직했다”며 “구글에서 이직한 엔지니어 중 최소 5명은 챗GPT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AI 경쟁은 MS가 최근 챗GPT를 탑재한 검색엔진 빙을 공개하며 더 달아올랐다. 모바일 분석 앱 데이터AI에 따르면 이달 초 빙 앱의 다운로드 수는 일평균 1만2000회였다. 이어 지난 9일 10만3000회를 기록하며 8배 이상 뛰었다. 앞서 MS는 지난 7일 제한된 사람에게 챗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적용된 빙을 공개했다.

구글이 다음날 챗GPT 대항마로 바드를 전격 공개했지만 오답을 내놨다. 오답 여파로 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이 이틀간 200조원가량 증발했고,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한 빙이 점유율 95%에 달하는 구글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열풍으로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생성 AI는 막대한 데이터와 컴퓨터 연산이 필요해 대규모의 재정적·지적·컴퓨팅 자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퍼스트무버의 핵심 ‘소프트웨어 파워’

챗GPT 열풍이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산업 빅뱅을 이끌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10일 독일 경제지와 대담하며 챗GPT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봤다. 게이츠는 “챗GPT의 등장이 과거 인터넷의 발명만큼 중대한 사건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청구서나 e메일 쓰는 일 등을 도와 사무실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규 강원대 AI융합학과 교수는 “챗GPT 등장은 특정 분야에 제한되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AI’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검색 시장의 패러다임 재편과 함께 지식노동자의 업무 결과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 챗GPT발 AI 혁신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다. 한국 산업이 하드웨어 기술의 장점을 살려나가면서도 세계 흐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국 소프트웨어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다. 우리가 애플발 충격 뒤 입버릇처럼 말해온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핵심 조건 또한 소프트웨어 파워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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