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尹 대신 재산 포기", 김기현 "장제원 대신 나경원 구조"

국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
'밸런스 게임' 후보자들 정치적 의미 담긴 선택 눈길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묘한 밸런스게임 질문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후보자들의 ‘해명거리’가 될 만한 답변들이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15일 TV조선이 주관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가 열렸다. 안철수 후보는 ‘밸런스 게임’ 코너에서 ‘전 재산과 대통령 둘 중 하나를 포기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안 후보는 ‘전 재산’을 선택하며 “저는 이미 재산 절반 이상인 1500억을 기부했다. 원자력 발전연구비를 문재인 정부에서 끊었을 때 제가 연구비를 계속 댔던 그런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상당액 재산을 기부한 일이 있어 재산 포기는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는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를 하며 국민의힘 정권 창출에 기여했으나 정작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여당 인사들과 불협화음을 낸 끝에 당대표 선거에서도 친윤 인사들의 공격을 받는 형편이다.

특히 안 후보가 단일화 전 “2번 찍으면 1년도 안돼 찍은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토했던 일도 있어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안철수 대표 불가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는 와중에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자신 역시 ‘윤석열 정부와 일심동체’라는 주장을 해온만큼 이날 선택 역시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오른소리’ 유튜브 캡처

이른바 ‘윤심’ 후보로 통하는 김기현 후보 역시 당대표 출마 결정 과정에서 자신과 불가피하게 복잡한 곡절을 겪은 나경원 전 의원을 선택했다.

김 후보는 밸런스 게임에서 ‘나경원, 장제원 중 한명만 구조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나경원’을 택했다. 한동안 ‘김장 연대’로 묶이며 친윤 연대감을 공유했던 장 의원이 아니라 나 전 의원을 택한 것이다.

나 전 의원 출마 포기 후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직접 찾아 협조를 구한 탓에 “학폭 가해자 행태”, “패륜 행위” 소리까지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일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의 ‘사실상’ 지지를 확인한만큼 김 의원이 후보자 토론회에서 공개적으로라도 내보일 필요가 있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장영락 (ped1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