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론 얼룩진 ‘전대 열차’…민심과 멀어지는 국민의힘
“종북좌파” “정체성” 등 수위 높여
당내에선 총선 참패 되풀이 우려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거가 색깔론으로 물들고 있다. ‘제주 4·3사건 김일성 지시설’이 등장하고, ‘종북좌파’ 용어와 노조 혐오가 횡행한다. 여당 전당대회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에 더해 색깔론까지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후보는 지난 12일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4·3사건은 명백히 김씨(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주장했다. 태 후보는 사과는커녕 외려 더 공세적인 태도로 나왔다.
태 후보는 15일 “뭐가 막말이고, 무엇이 피해자와 희생자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며 “공산당 운영방식을 봐도 김일성의 (4·3사건) 지시는 명백하다”고 했다. 그는 14일엔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사과해야 할 사람은 김정은인데, 저보고 사과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종북좌파에 의해 잘못 쓰인 현대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태 후보를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도 “태 후보가 4·3유족과 도민들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 대신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황교안 후보도 태 후보 못지않다. 황 후보는 천하람 후보가 과거 “경제 기적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은 폄하한 반면 북한에 핵무기 개발자금을 지원한 김대중 대통령은 칭송했다”며 “우리 당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 후보”라고 주장했다. 또,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도 “통혁당 간첩사건 주범 신영복을 위대한 지식인이라고 칭송했다”며 “이런 후보가 정통 보수정당의 대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전날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초대 비서실장 임종석을 제가 구속했다. 저는 종북좌파와 평생을 싸워온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불행한 역사 들춰가며 선거에 이용…“색깔론 경쟁, 중도층 적으로 돌릴 것”
이번 전당대회에 색깔론을 끌고 들어온 이들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다.
이들은 안 후보가 이달 초 여론조사 1위로 올라서자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철규 의원)이라고 공격했다. “민주당이나 종북좌파 같은 반윤 세력이 안 의원을 띄우고 있다”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여당 핵심 관계자’ 등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도 이어졌다.
당 안팎에서 극우화 우려가 제기됐다. 친윤계는 유승민 전 의원이 일반시민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대표 지지도 1위를 달리자 ‘7(당심) 대 3(민심)’ 규정을 당심 100%로 바꿨다. 이는 대중의 시선과 동떨어진 주장이 여당 전당대회를 지배하는 배경이 됐다. 강신업·김세의·신혜식 등 극우성향 인사들이 대거 전당대회 출사표를 낸 것도 당심 100% 규정 때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태 후보가 개정된 룰을 활용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4·3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과거사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도 당선인 신분 때인 지난해 4·3희생자 추념식에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온전한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에서 ‘우향우’ 경향은 다시 심화되고 있다. 당내에선 자유한국당 시절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중도층까지 끌어와 겨우 이겼다. 대선 후 이들을 다 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걱정했다.
정대연·조문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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