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은 우왕좌왕, 메뉴얼은 무용지물

엄재천 기자 2023. 2. 15.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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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119 시스템 장애 150분… 유지 보수·장애 대응, 모두가 낙제점

[충북]지난 1월 30일 발생한 '충북지역 119 신고 장애'는 유지·보수와 긴급 장애 대응 메뉴얼 부실 등 충북소방본부의 총체적 관리 실패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진희(비례대표·건설환경소방위원회) 충북도의원이 충북소방본부에서 받은 '119 신고접수 장애 관련 자료'에 따르면 119 신고 전화 연결이 간헐적으로 끊겼던 원인은 '119 신고접수 네트워크 장비(L2 스위치)의 부품인 광모듈(지빅) 불량'이다. L2 스위치란 교환기에서 받은 119 신고자의 정보를 수보대(신고 접수, 출동 지령, 유관기관 연결 등을 처리하는 시스템)로 연결해주는 장비다. 이 L2 스위치의 광모듈에 문제가 생겨 119 신고가 걸려와도 교환기까지만 연결이 되다 전화가 끊겼던 것.

박 의원은 119 종합상황실의 전화 신고 전산시스템인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의 2023년 유지보수 예산은 8억 5000여만 원(8억 5213만 3000원)으로 외주업체(오상자이엘)가 총괄하며, 24시간 상주 인력 5명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19 종합상황실이 신청사로 이전되고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이 설치된 2021년 12월 이후 해당 부품은 단 한 차례의 점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설치되어 있던 광모듈(지빅)은 순정품의 10분의 1 가격인 비순정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순정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해준 곳도 119종합상황실이었다.

현재 충북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설치되어 있는 '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의 핵심 장비인 L2 스위치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1위의 유무선 통신 및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A업체(시스코) 제품이다. 그런데 설치되어 있던 광모듈(지빅)은 A업체 순정품의 10분의 1 가격(A업체 광모듈 48만 6200원, B업체 광모듈 4만 2000원)도 안 되는 B(에어밴드)업체의 저렴한 제품이었다.

박 의원은 "24시간 유지 보수 인력이 상주해 있으면서 핵심 부품 점검을 전혀 해오지 않았다는 것, 연간 8억 5000만 원의 유지 보수비가 투입되는 119종합상황실에서 부품값 몇 푼 아끼겠다고 핵심 부품을 비순정품으로 사용하는 것 모두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119 신고 장애의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기까지 무려 2시간 30분 동안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충북소방본부의 '소방 유·무선통신망 비상 대응 계획(2022년 5월 3일)'에 따르면 '119 신고접수회선 장애 발생 시 119 신고접수 비상회선(수보대) 전환 및 출동 지령 실시 통신사 및 유지보수 업체와 긴급 장애 복구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메뉴얼 대로라면 장애 인지 즉시 KT에 요청해 비상회선으로 전환한 후 장애 복구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신고자는 여전히 119 번호로 긴급 신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장애 발생 시 상황실에서는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대신 충청북도 재난문자를 통해 일반전화번호(043-220-4910~17)를 안내했다. 그것도 첫 장애 발생 후 2시간 21분만의 조치였다. 메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119종합상황실에서는 "전면 불통이 아닌 간헐적 장애 상황에서 KT를 통해 비상회선으로 전환할 경우, 즉각적인 위치 파악, 출동 지령, 현장 대응 등 상황 처리의 전산시스템 연동에 제한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민 끝에 일반전화번호를 안내하기로 결정했다"며 "추후 동일 장애가 발생할 때는 즉시 KT 착신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19종합상황실이 119 신고는 물론 출동 경로, 현장 상황 등의 정보를 한눈에 파악해 재난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휘·통제할 수 있는 것은 전산시스템(긴급구조 표준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119 시스템이 디지털 신기술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산시스템의 유지와 보수, 그리고 사고 대응 체계에 대한 완벽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처럼 손톱만 한 부품 하나가 원인이 돼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상황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이번 일을 전면적 시스템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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