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자유특구, '사람처럼 일하는 협동로봇' 활용 길 열었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6일 대구 달서구 아진엑스텍에서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앞서 이동식 협동로봇 시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사람 허리만큼 키의 네모난 로봇이 사람들 사이를 요리조리 누비며 지정된 장소에 부품을 정리한다. 또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구를 전달한다.

SF(공상과학) 영화 속 같은 얘기지만, 경북 대구에서는 일상이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2019년 규제샌드박스 도입 이후 비수도권 14개 시·도에 32개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다. 규제자유특구를 통해 164건의 규제 특례를 부여하고, 위치정보법 개정 등 17건의 규제법령을 정비했다.

정부가 2019년 처음 도입한 규제자유특구는 일정기간 동안 일정 지역 내에서 기존의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제도다. 중기부는 △바이오헬스 △저탄소·친환경에너지, 자원 △수소 △친환경차 △정보통신기술 △자율주행 등 6개 분야에 대해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다.

규제자유특구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9년 이후 4년 간 규제자유특구 내 누적 투자유치금은 4조원이 넘는다. 또 3749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냈다.

이를테면 아진엑스텍은 1995년 설립된 로봇 모션제어 전문기업이다. 1998년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통해 로봇 모션제어 칩 국산화에 성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현재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 등 700여개 기업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아진엑스텍은 이런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로봇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협동로봇 분야에 주목했다. 그러나 사업 구상 초기 규제에 부딪혔다. 움직이면서 작업하는 협동로봇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 있지 않다보니 실증이 어려웠던 것. 2020년 7월 중기부가 대구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하면서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아진엑스텍은 현재 규제자유특구 내 5개 제조·생산공정 현장에서 협동로봇의 효용성 및 안전성을 실증하고 있다.

아진엑스텍은 협동로봇 실증 운영을 통해 기존 공정 대비 10%의 생산 효율 상승효과를 검증했다. 안전성도 충분하게 입증해 지난해 12월 임시허가를 받았다. 협동로봇에 대한 임시허가 취득으로 규제자유특구 외 지역에서 협동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창호 대표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움직이며 작업하는 협동로봇은 법제화돼 있지 않아 실증이 어려웠다"며 "특구를 통해 사업 기회를 얻게 됐고, 오는 6월 협동로봇 안전가이드를 비롯해 국내외 협동로봇 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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