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17일 만에 구조 사례 있다…희망의 끈 놓을 수 없는 이유

박재하 기자 2023. 2. 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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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생존율 6%↓…수분 섭취 등이 관건
지진 최장 생존 27일…붕괴 현장서는 17일
14일 (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210시간만에 15세 소녀가 구조돼 구급차로 옮겨 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튀르키예(터키)·시리아 지진 발생 9일째인 14일(현지시간)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은 200여시간만에 생존자들이 구조되면서 이들이 생존할 수 있던 이유에 이목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도 7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충분한 수분 섭취 등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든타임은 왜 72시간일까

통상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골든타임은 초반 72시간이다. 생리학적으로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인간이 물 없이 생존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이기 때문이다.

영국 노팅험 트렌트대학의 자연재해 전문가 스티븐 고드비 박사는 "재해 발생 후 첫 72시간은 매우 중요하다"며 "24시간 내 생존율은 평균 74%이며 72시간 후에는 22%, 5일째에는 6%로 떨어진다"고 CBS뉴스에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응급 및 재난의학 전문가 이재론 교수는 AP통신에 "7일을 훌쩍 넘긴 생존자들의 이야기는 많지만 불행하게도 이는 주로 드물고 특별한 경우다"며 "일반적으로 5일에서 7일 이후에는 생존자를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2017년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 연구에 따르면 지진이나 쓰나미 발생 시 건물에 갇힌 사람들의 생존율은 "5일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9일 후에는 0에 수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장기간 잔해에 깔려있을 경우 압좌증후군(Crush Syndrome)이 우려되므로 신속한 구조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 2010년 아이티 지진 때 장시간 건물 잔해에 눌려있던 이들이 오히려 구조된 후 숨진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노스웨스턴대 응급의학 전문가 조지 치암파스 박사는 압박으로 인한 외상을 입은 사람들의 경우 "한 시간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구조하지 못한다면 생존 확률이 매우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규모 7.8 강진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디야만에서 현지 구조 대원들이 중장비를 이용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며 깔려 있는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2023.2.9.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수분 섭취로 생존 가능성 높아져"

다만 일괄적인 골든타임이 아닌 연령, 신체, 정신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마실 수 있는 물이 있다면 72시간보다 길게 생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USA투데이와 의료 전문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반적으로 인간은 굶더라도 1~3개월간 버틸 수 있는 칼로리를 저장해놓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분을 섭취하지 않아 탈수 증세가 오면 신장 기능 저하로 생존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9일 만에 구조된 16세 소년은 "물과 과자를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한 16세 소녀는 화장실에서 물을 마시며 버티다 15일 만에 산 채로 발견됐다.

수분 섭취 외에도 피해자들의 정신 상태도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암파스 박사는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의지하며 계속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날씨도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 맨체스터 대학의 토니 레드먼드 교수는 BBC에 "추운 날씨는 양날의 검이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해 다쳤을 때 조금 더 오래 버틸 수 있지만 너무 추우면 저체온증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7.2 규모 지진이 강타해 한 상점의 천장이 무너지고 식료품들이 바닥에 흩뿌려진 모습이다. ⓒ AFP=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지진 최장 생존 비공식 기록은 '27일'

한편 비공식 지진 최장 생존 기록은 27일이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당시 한 28세 남성은 27일 만에 구조됐다고 보고됐지만 실제로 27일 동안 연명한 것인지 진위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당시 한 남성은 생수 2갤런(약 7.5리터)을 아껴 마시면서 14일 만에 지진 잔해에서 산 채로 발견됐다. 1990년 필리핀 루손 지진 당시에는 페드리토 다이라는 남성은 빗방울과 소변을 마시며 14일간 살아남았다. 1985년 멕시코시티 지진 당시에는 12여명의 아이들이 한 병원에서 9일 만에 구조되기도 했다.

지진이 아닌 건물 붕괴 사고에서 최장 생존 기록은 17일이다. 1995년 한국에서 발생한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에도 19세 여성이 17일 만에 구조된 적 있다. 당시 소방당국은 혹시 모를 생존자를 위해 매일 물을 뿌려 수분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건물 붕괴 당시 한 여성도 잔해 속에 갇혀 있는 동안 주변에 있던 물과 건조식품과 먹으며 버티다가 17일 만에 구조됐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건물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들을 구조하는 모습. ⓒ AFP=News1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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