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흐무트서 사망 미국 구호 요원, 러군 ‘표적 공격’ 가능성”
러군 '표적 공격'으로 피격됐을 가능성 제기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에 피격
차량 ‘적십자’ 표시에 “의료팀 식별했을 것”
우크라이나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다가 지난 2일 사망한 미국인 자원봉사자가 러시아의 정밀 타격 미사일에 의해 피격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14일(현지시간) NYT는 미 해병대 출신으로 바흐무트에 자원해 의료 구호 활동을 벌이던 미국인 피트 리드가 사망하기 전후 영상을 분석해 이 같이 전했다.
구호단체 ‘프런트라인 메딕스’의 에스토니아인 자원봉사자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당시 영상을 보면, 리드와 구호팀은 부상을 당한 민간인에게 다가간 지 약 1분 만에 바닥과 거의 수평으로 날아온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리드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다른 대원들 여럿이 부상을 당했다.
구호팀은 당시 공격이 러시아의 무차별 포격에 따른 것으로 여겼지만, 상황을 촬영한 영상을 프레임별로 분석하면 러시아 유도 미사일의 ‘표적 공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공격에 쓰인 레이저 유도 대전차 미사일은 보통 표적을 식별하고 선택해서 발사한다는 점을 이 매체는 짚었다.
러시아군이 구호 활동을 하는 민간인이라는 점을 알고서 공격을 감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호팀의 차량 중 한 대에는 적십자 표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직접적인 미사일 포격을 받은 승합차에는 별도의 표식이 없었다.
NYT는 당시 구호 요원들이 비무장 상태였으며, 모여 있던 요원 중 1명은 군복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리드 근처에 서 있다가 이 공격으로 다친 한 자원봉사자는 인근에 군 부대가 없었고, 자신들의 차량 중 한 대에 구급차 표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범죄 조사팀을 교육시키고 있는 전쟁범죄 수사 전문가 마크 갈라스코는 이 공격에 사용된 무기를 토대로 “발사자가 의료 요원과 전투 요원을 식별할 능력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표면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전쟁범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NYT는 우크라이나군이 개인 소유의 차량, 스쿨버스 등 거의 모든 종류의 민간 차량을 타고 바흐무트 전장을 횡단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리드의 팀이 공격을 받은 것은 러시아군의 표적이 되는 이른바 ‘킬 존(kill zone)’으로 운전했기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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