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까지 1/n 상속, 돌아가며 제사 주관..공평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교적 ‘혈통’ 관념이 굳어지기 이전, 조선 초기 즉 15세기 까지는 ‘1/n’ 공평한 상속, 자식들이 돌아가며 제사를 주관하는 윤회봉사(輪廻奉祀)가 일반적이었다는 한국국학진흥원 조사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제례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라는 기획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 조금 남아있는 ‘장남 중심 (제사,상속)문화’는 당초의 합리적 관습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15일 국학진흥원에 따르면,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장남이 조상 제사를 책임지면서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은 재산을 상속받았는데, 유교의 혈통관념이 정착하기 이전에는 자녀균분상속과 윤회봉사(輪廻奉祀)가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윤회봉사는 자녀들이 조상제사를 번갈아 지내는 것을 말한다. 이 습속은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받으면 조상제사도 공평하게 지낸다는 원칙에 입각해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소장하고 있는 재산상속문서(분재기)에도 자녀균분상속과 윤회봉사에 관한 내용이 빈번히 나타난다.
1688년에 작성된 재령이씨 영해파 종중의 분재기에는 5남 1녀의 자녀들에게 재산을 균등하게 상속하면서 윤회봉사를 당부하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딸은 선대 조상들의 기제사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기제사는 형제들과 번갈아 지내고, 묘제에도 참여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처럼 딸은 다른 집으로 출가하기 때문에 거주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 부모 외 윗대 조상들의 기제사와 명절차례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종의 편의를 봐준 셈인데, 그런 만큼 당연히 상속 비율도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조선 중·후기 장남 혈통 중심의 유교적 가족이념이 굳어지면서, 장남 우선의 재산상속과 제사계승이 자리를 잡게되었다는 것이다.
현행 민법(제1009조)는 아들딸 구분없이 자녀들이 재산을 균분상속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 제1008조의 3에는 ‘분묘에 속한 1정보 이내의 금양임야와 600평 이내의 묘토인 농지, 족보와 제구의 소유권은 제사를 주재하는 자가 이를 승계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조상제사의 주재자는 가족 협의에 따라 결정한다고 덧붙여두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자녀균분상속은 법률적 근거에 의해 이미 정착되었지만 조상제사의 계승은 법률이 아니라 관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제사 주재자의 몫으로 정해진 상속재산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로 인해 재산은 균등하게 물려받으면서 제사는 오롯이 장남에게 떠안기는 것에 불만을 토로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실정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미영 수석연구위원은 “자녀균분상속은 윤회봉사와 함께 시행되지 않으면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조상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자녀 모두가 갖고 있기에 조상제사도 자녀들이 지혜를 모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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