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당정일체론 이어 대통령 명예대표 주장까지

문광호·유설희·조문희 기자 2023. 2.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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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명예 당대표 가능한 얘기”
대통령실 “검토한 적 없다”
김기현 “굳이 직책으로 논란 필요 없어”
천하람 “여당이 용산 출장소냐”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5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 청년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15일 윤 대통령이 명예 당대표를 맡는 데 대해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윤핵관들이 주도한 당정일체론이 대통령의 명예 당대표 주장으로 확장해 당내 논란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과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일단 명예 당대표 주장에는 선을 그었지만 당정의 화합을 거듭 강조했다. 이준석계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대통령이 명예 당대표를 맡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전날 한 언론의 보도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과 대통령이 같은 방향을 보고 가야지 지금까지 당정분리론이라는 게 좀 잘못됐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최근 일련의 당정일체론은 윤핵관들이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당무 개입 논란과 김 후보의 ‘안철수 당대표 후보 당선 시 대통령 탄핵 가능성’ 발언을 방어하면서 시작됐다. 윤핵관 리더격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 13일 김 후보 발언에 대해 “당정이 하나되고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이라며 “당정분리를 처음 도입한 분은 노무현 대통령으로 그 이후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 같은 경우는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명예 당수이기에 집권 정당의 책임 정치가 가능하다”고 했다. 여당 일각에서 프랑스 사례를 적용하는 안이 검토된 것으로 추론된다.


☞ ‘당정일체’ 띄운 친윤계에 전문가들 “시대착오적 제왕 대통령 부활시키나”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2141801001

대통령실 관계자는 명예 당대표 검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정일체론에는 동조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당과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며 “책임정치 차원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함께 하는 것은 상수”라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명예 당대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집권 여당과 대통령실이 분리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없다. 늘 같은 책임을 지고 같은 배에 탄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당원의 뜻을 모아 결정할 일”이라며 “개별적인 의견을 얘기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당정 관계가 긴장 관계만 유지해선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너무 일치되면 건강한 비판이 없어질 수 있다”며 “중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당대표 후보들은 명예 당대표 주장에 대체로 부정적이면서도 이를 대하는 온도 차는 컸다.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명예 당대표가) 당헌상 가능하지만 (여당과) 충분한 사전 협의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굳이 직책으로 논란을 벌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당정일체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면서 “당정은 부부관계 같은 것이고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윤핵관이 쓰는 당정일체 용어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안 후보 측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전당대회 와중에 (명예 당대표가) 검토되고 있다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인상을 주고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천 후보 등 이준석계는 당정일체론에 총공세를 폈다. 천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들도 나와줘야 되는 게 정상”이라며 “여당을 용산 출장소로 만들 건가”라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정일체를 외치는 분들의 속내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총선 개입’”이라며 “권력에 아첨하고자 민주주의의 기본가치마저 팔아먹는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치에선 ‘3김 시대’까지 대통령이 당 총재를 겸임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 후 당정 분리를 선언하고 2006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도 당권·대권 분리를 공식화하며 당정 분리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이후 어느 정부든 대통령의 당권 개입은 논란이 됐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친박근혜계에 대한 ‘공천 학살’, 박근혜 정부 때 ‘진박(진짜 친박계) 공천’ 등 전당대회와 총선 공천을 둘러싼 대통령의 당무 개입은 문제가 됐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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