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안타키아 등 문화유산, 대지진에 큰 피해

2023. 2. 15.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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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판 겹쳐,가지안테프 등 국가사적 피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4곳은 경미-부분 손상
첫 신전,로마城,넴루트山 피해 작아 다행
가지안테프성, 2000년 보존 명성 큰 상처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대지진의 여파로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지역 문화유산들이 작게는 온전한 모습에 비해 20~30% 가량의 부분 파손을, 크게는 붕괴에 가까운 60~70% 가량의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보도,SNS제보 등을 종합해보면, 15일 현재 5~6개 도시에서 10여 개의 세계유산·국가보물급 사적이 크고 작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분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진 세계유산 괴베클리테페 [출처=튀르키예 문화유산 홈페이지]

시리아 내전 피란민들이 집중 거주하던 지역에 설상가상으로 지진이 덮친 가운데, 시리아쪽 문화유산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고, 튀르키예 쪽에 집중돼 있다.

대지진의 중심부인 가지안테프 지역의 2000년 가량 된 가지안테프성(城)은 절반 이상 파괴되는 등 가장 큰 손괴를 입었다. 이 지역은 튀르키예 내 4개의 판 중 유라시아판을 제외하고 아나톨리아판, 아프리카판, 아라비아판 3개가 겹치는 ‘삼합점’ 위험지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으로는 시리아가 있고 앞바다엔 사이프러스섬이 있는 튀르키예 안타키아 구시가는 광범위한 국가유산 손실을 입었다. 가지안테프 남서쪽 180㎞ 지점에 있는 안타키아의 14세기 중세 건물은 뼈대만 남긴 채 기왓장들이 길거리에 나뒹굴었으며, 오래된 모스크 하비브 아이 네카르도 손상을 입었다고 현지 외신은 전한다.

지진이 나기 전, 구시가 관광인프라 개선공사 중에 확인된 로마성벽은 세상에 빛을 본 지 얼마되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지중해 북동 끝 꺾어진 지점에 있는 안타키아는 기원전 300년쯤 알렉산드리아 원정군이 조성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세력들이 요충지로 여겨 탐내고 점령했던 도시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튀르키예의 세계유산은 19개인데, 이번 지진으로 다소간 피해를 입은 곳은 4곳이다.

넴루트 산

인류 최초의 신전으로 불리는 괴베클리테페(2018년 등재), 고대 희랍인(그리스)과 아리아인(이란) 행색의 조각들이 이례적으로 섞여 세워진 넴루트 산(1987년), 로마인들이 서기 297년 축성한 디야르바키르 성 및 헤브젤 정원(2015년), 말라티아 주에 있는 아르슬란테페 고고학 유적지(2021년)로, 모두 부분 파손을 입을 것으로 전해진다.

괴베클리테페는 장엄한 신전 구조 속에 ‘영국의 고인돌’ 스톤헨지를 닮은 모습도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신전을 만든 후손들이 영국까지 건너가 스톤헨지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돌궐(투르크)·흉노(훈)·말갈(마자르)·부여(부리야트) 등 동북아시아 상고사의 고인돌문화가 스페인바스크, 튀르키예, 헝가리, 핀란드, 조지아 등지로 서진(西進)하면서 변화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진피해 지역이 아닌 곳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즉 이스탄불, 부르사, 하투사, 트로이, 에베소, 괴레메, 카파토키아, 파묵칼레 등 15개는 건재하다.

튀르키예 문화유산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진에 따라 휴관하는 역사문화박물관은 튀르키예 남동부 14곳이다. 아다나, 아디야만, 디야르바키르, 가지안테프, 하타이, 카라만마라스, 엘비스탄 시립, 킬리스, 말라트야, 오스마니예, 샨리우르파, 카이세리, 마르딘, 메르신박물관이다.

대지진의 중심부인 가지안테프 주엔 수천년전 부터 구리 매장량이 많아, 이를 통해 히타이트,아시리아,페니키아,아나톨리아 일대 청동기 문화가 세계 어느지역보다 조기에 발달했고, 지중해 동부 에게해 연안의 미노스 상인들이 이 구리들을 이집트,카르타고 등 북아프리카 지역에 내다 파는 무역을 벌여 돈을 벌었다.

가지안테프 성 피해모습 드론사진 [로이터]

3개의 지진판이 겹치는 ‘위험지역’이지만, 가지안테프는 지중해까지 불과 13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내륙 광업-상업 도시이자 무역의 진원지 기능을 하면서 부를 축적해, 지중해-아중동에서 가장 튼튼한 산꼭대기 성까지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튀르키예 국가차원에서 중시하던 보물급 사적 가지안테프성은 현존하는 유라시아 가장 오래된 성(城) 중의 하나로, 2000년 가량 건재한 모범적 문화유산 보존 사례로 평가받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이 명성이 사라지고 말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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