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원로 3인의 제언… “대통령 엄정중립 선언해야” [심층기획-與 전대 흔드는 '尹心' 논란]

이재오 “불공정 경선 조속히 시정해야”
정갑윤 “편 가르는 뺄셈정치 득 안된다”
윤여준 “윤핵관이 윤해관 될지 모른다”

보수 정치 원로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두고 “대통령이 엄정중립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편 가르는 뺄셈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4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는 윤 대통령이 개입하는 불공정 경선이라는 걸 대다수 국민이 알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대통령은 고위 관계자발이 아닌 육성으로 ‘엄정중립이다’, ‘누가 당선되든 당·정을 원활하게 이끌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임고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개입했던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예로 들며 “당시 선거인단 수가 지금의 반밖에 안 됐는데 (친박 후보를 밀었던) 대통령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박근혜 권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수십만 당원들이 대통령실 마음대로 움직일 것이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 안철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의 대처를 놓고는 “대통령과 본인이 동격이라고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 표현을 쓴 게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이 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봤다.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선 “다시 김기현 후보와 손을 잡은 건 정치인으로서 소신이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현실 정치를 잘 모르다 보니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 서로(대통령 측과 후보 간) 매끄럽지 못한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당대회가 끝나면 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가 돼야 한다.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의 과반 의석 확보”라며 “편 가르는 뺄셈정치는 득이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정 전 부의장은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윤핵관이란 말은 대통령하고 누구보다 가깝다는 뜻”이라며 “가까운 사람일수록 근신하고 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 빛나는 게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력에 가까운 소위 ‘실세’들의 폐단이 그간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과거 행적으로 공격받는 안 후보에게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텐데 지금 어정쩡하게 보내면 다음이 없다”며 “이번 기회에 (정체성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앞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 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상황을 두고 “대통령의 언행이 너무 거칠고 부적절하다”며 “안 후보가 ‘윤·안 연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주 부적절하지만, (안 후보는) 이 정권의 인수위원장을 지낸 사람인데 대놓고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언행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핵관들에 대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여서 국민의 분노를 자극한다고 하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윤핵관이 대통령을 해친다는 뜻의 ‘윤해관’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