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중국기술에 의존하다니”…한국이 힘 못쓰는 이 분야는

진창일 기자(jci@mk.co.kr) 2023. 2. 1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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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기술 연구시설 확보 시급
美·유럽선 수조원씩 투자할때
한국은 가격 싼 중국에게 의존
초강력 레이저 국간 연구단지
부지 선정 공모부터 서둘러야
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원에 구축된 레이저 연구시설. [사진 제공=광주과학기술원]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레이저 분야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시설 확충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기술경쟁에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진행 중인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 연구’가 끝나는 대로 국가급 대형 연구시설의 발 빠른 부지 선정을 위한 조기공모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종민 광주과학기술원 명예연구위원은 14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레이저 관련 기술은 에너지, 반도체, 우주항공, 국방,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저변으로 확장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 레이저 관련 벤처 기업들을 살펴보면 싸구려 중국제 부품이나 기술을 들여 시설을 돌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1973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레이저 유도무기 등 개발에 참여했고 2012년부터 광양자빔연구시설 조성 등에 이바지한 레이저 기술 분야 권위자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에는 초강력레이저 연구부를 비롯해 국내 유일 첨단 광과학기술 전문 기초 및 응용연구 기관인 ‘고등광기술연구소’도 있다.

그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 극초단위 레이저 분야 연구의 전성기였다”며 “일본의 경우 2008년쯤 레이저 출력이 0.85PW(페타와트·100조 와트급) 수준에 그쳤는데 우리나라 광양자빔연구시설이 그때쯤 1.1~1.2PW를 달성해 기록을 깨버렸다”고 했다.

이어 “세계기록 달성으로 국가훈장까지 받았지만 곧바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기초과학 분야라서 관심이 이어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발 빠르게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이 국내에 들어서면 우리가 레이저 기술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기존 원형 방사광가속기보다 1000배 이상 빠른 인공 빛 실험실로 다양한 기초연구 및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이미 4조5000억원 규모의 레이저 연구시설을 구축했고 프랑스 또한 1조7000억원 규모의 연구시설을 갖췄다. 유럽연합과 러시아 또한 레이저 연구시설을 세우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레이저는 원자력 폐기물 재처리, 반도체 초미세 가공 등 다양한 분야로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제 부품에 의존하는 현실을 타파할 수 있는 기점이 초강력레이저 연구시설 조성”이라고 강조했다.

김형택 광주과기원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레이저 산업에서 사용되는 기술은 사실 1960~1970년대 개발된 기술”이라며 “선진국들은 대형 기초과학 연구시설을 짓고 투자를 이어가는데 우리나라는 레이저 원천기술·인력을 가진 기업조차 없다”고 말했다.

선진국들이 대형 연구시설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는 이유는 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 때문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힉스 입자’ 발견 사례를 보면 아직까진 해당 기술이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며 “하지만 연구에 활용된 초정밀 제어장치, 방사선 기술 등은 파급이 빠르게 이뤄지기 때문에 힉스 입자 발견으로 다양한 부수효과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과 유사한 국내 국가급 연구시설 사례로는 포항에 설치된 방사광 가속기 2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을 사용하려는 학계와 산업계 수요가 많아 연구자들이 수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기술경쟁 상황 뿐만 아니라 국내 연구자들이 국가급 연구시설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올해 4월을 기점으로 200PW 규모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부지 조기공모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기부가 15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4월까지 진행하는 ‘초강력 레이저 기술개발 및 인프라 기획연구’가 끝나면 연구시설 유치를 놓고 전남도 등 전국 지자체의 경쟁도 예상된다.

과학계 안팎에서는 2019년 우리나라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쟁 사례처럼 레이저 기술 또한 경제안보 측면에서 원천기술 자립화, 핵심부품 국산화 등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 수석연구원은 “레이저는 핵무기 등 국방산업과 밀접해 국가적 공유가 어려운 핵심기술로 취급된다”며 “북한 무인기 도발 사례를 보더라도 레이저 기술이 계속 개발되면 다수의 드론이나 소형 미사일에 대응하는 방어무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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