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3無 전대가 빚은 ‘웃픈 흥행’
민생 이슈도 미래 비전도 실종
막말… 찍어내리기… 막장 스토리
尹 지지율 두달 여 새 뒷걸음질
흥행 부진을 걱정하던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뜻밖에(?) 성공하고 있다.
당대표를 뽑는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들이건만 컷오프까지 주연은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를 막으려 전대 룰을 당원 100% 반영, 결선투표 도입으로 바꿨다. 지지율 1위였던 나경원 전 의원을 대통령실은 공개 저격하며 주저앉혔다. 나 전 의원 불출마 직후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상승하자 “훼방꾼, 적”이라며 거칠게 각을 세웠다. ‘윤심’이 아닌 주자가 떠오를 때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가 찍어 누르는 과정이 반복된 모양새다. 당내에서조차 “이런 전대는 처음 본다”,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적잖았다.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전대 개입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여의도에 지지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무리수를 두더라도 실익을 취하는 차선책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김기현 후보는 윤심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시들해졌다. 안 후보도 나 전 의원이 무대를 등진 뒤에야 반사이익으로 뜬 것이어서 자생력을 의심받는다. 천하람 후보에게는 이준석 전 대표가 아른거린다. 오죽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민의힘 전대 본경선을 두고 “윤석열 vs 이준석 두 분의 대결”이라고 진단했을까.
두 번째로 진흙탕 싸움에 민생 이슈는 묻혔다.
한국 경제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인 퍼펙트스톰에 직면해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가 176억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최악이었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37%에 달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최대 위기 신호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가 상반기에 둔화 폭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1.1%로 내렸다. 1%대 성장마저 위협하고 있다. 고물가 속에 치솟은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 청구서가 가정과 자영업자들에게 속속 도착해 서민들 속을 시커멓게 태우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연일 “복합 위기를 돌파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면서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고 역설하지만 메아리가 없다. 전대 후보들은 서로를 향한 날 선 신경전을 펼치며 여전히 네거티브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컷오프 통과 이후에도 ‘대통령 탄핵’ ‘투표 문자’ 등 여러 논란을 둘러싸고 정쟁을 이어가고 있다.
세 번째,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이 안 보인다. 13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에서도 후보들은 민생과 경제 난국을 극복할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선두권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서로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심지어 최고위원에 출마한 태영호 의원발 색깔론까지 보태지며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두 달여 만에 30%대 초반까지 뒷걸음질 쳤다.
그야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흥행이다.
막장드라마는 보는 재미가 있지만 남는 게 없다. 끝나면 허탈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화까지 치민다. 반대로 좋은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내공 있는 배우와 그의 액션, 로맨스, 유쾌한 판타지 등 탄탄한 스토리 라인이다. 이제 남은 일정이라도 좋은 드라마의 성공 방정식을 본받아야 한다. ‘윤심’이 주연이 아니라 집권당의 후보들이 당당히 주인공으로 거듭나 민생을 스토리로 국가의 미래 비전을 논하는 웰메이드 ‘K정치드라마’를 만드는 것, 그게 내년 총선 필승 공식이다.
이천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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