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우울증을 대하는 자세

2023. 2. 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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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메신저로 예쁜 글 한 편이 날아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활기찬 재래시장, 거기다 긴 나무의자에 앉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멸치 냄새 구수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어울려 사는 삶의 온기를 느껴 시린 가슴이 따뜻해진다.

오랜 시간 무명 가수 생활을 한 젊은이들의 도전은 간절한 만큼 뜨거웠고, 이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가슴속 꿈을 각자의 방식대로 꺼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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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메신저로 예쁜 글 한 편이 날아왔다. “겨울이 착한 건 꼭 봄을 데리고 와요.” 봄은 언 땅을 뚫고 나오는 연둣빛 새싹을 보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따뜻한 계절이다.

그러나 불청객이 따라오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바로 우울증이다. 겨우내 긴장된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으면서 무기력증이 오고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썼던 마스크까지 벗게 되면서 긴장감이 완화한 상태다. 그냥 지나가면 좋으련만 친구가 우울증의 덫에 걸렸다. 혼자 벗어나 보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병원을 찾았다.

흔히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의지로 이겨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뇌신경 전달물질의 불균형 상태 때문에 생긴 것이라 반드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친구는 진단 검사를 받았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초기 단계란다. 약 처방과 함께 지침서도 받았다. ‘오전 시간 30분 햇빛 쪼이기’, ‘재래시장 가서 장 보고 잔치국수 사 먹기’, ‘예능프로그램(‘불타는 트롯맨’·‘미스터 트롯2’) 시청하기’ 등….

햇빛을 쬐면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 수치가 올라가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활기찬 재래시장, 거기다 긴 나무의자에 앉아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멸치 냄새 구수한 국수 한 그릇을 먹고 나면 어울려 사는 삶의 온기를 느껴 시린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런데 오디션 프로그램인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 트롯2’를 시청하는 게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친구가 내민 의사의 지침서를 보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청해 보니 의사가 왜 이 같은 지침을 적어 넣었는지 이해가 됐다. 오랜 시간 무명 가수 생활을 한 젊은이들의 도전은 간절한 만큼 뜨거웠고, 이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가슴속 꿈을 각자의 방식대로 꺼내 보여주었다. 경쟁자임에도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견뎌내고 있었다. 가슴 뭉클한 나름의 서사도 있었다. 노래에 개인적인 사연을 덧입히니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고 감동도 생겼다.

그래, 산다는 건 이런 거지.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새로운 도전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비록 경쟁자일지라도 함께 어깨동무하며 서로를 바라봐주는 것.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 트롯2’를 보고 있노라면 출연자들의 열정과 절실함이 고스란히 느껴져, 나태함으로 느슨해 있다가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난다. 우울증 치료에 눈부신 생동감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친구는 꽃시장에 가서 작은 화분을 다섯 개 사왔다. 아직 활짝 꽃을 피운 화분은 없지만 정성껏 돌봐주면 친구의 베란다는 언젠가 색색의 꽃으로 화사한 봄을 맞을 것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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