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K팝 지속 성장위해 ‘SM 쇼크’ 경계해야

2023. 2. 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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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가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
‘질적 향상 없는 양적 팽창’ 우려 목소리

최근 카카오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SM)를 놓고 벌이는 인수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SM 경영권 획득을 위한 경쟁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고 있어 누가 최종 인수자가 될지 아직 불확실하다. 우리나라 주력 K팝 기획사들과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얽혀 있기에 그 결과는 K팝 시장은 물론 한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SM 경영권 획득 경쟁에서 나타나는 이슈들은 K팝 및 한류의 미래 성장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 지식재산권(IP)와 플랫폼 사이에서 어떠한 결합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크게 보면 SM과 하이브는 IP기업, 카카오는 플랫폼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SM의 IP가 하이브와 결합을 통해 얻게 되는 시너지와 카카오 플랫폼과의 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IP와 플랫폼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콘텐츠를 자신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과거에는 그게 맞았다. 즉, 과거에는 공중파, 대형 배급사 등 소수의 한정된 플랫폼이나 유통 채널이 IP와 결합함으로써 가치사슬을 장악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깔때기처럼 좁은 출구의 길목에서 소수의 플랫폼이 IP를 선별하고 통제 관리했기 때문에 둘 간의 조합은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디지털화에 따라 유튜브 등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함으로써 IP가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누가 킬러콘텐츠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SM이 카카오와의 결합이 수직계열화를 통한 이점이 있음에도 하이브와의 결합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더 적합하다고 평가된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둘째, SM과 결합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시장에서의 독과점 문제이다. 먼저 K팝 시장과 경쟁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류 이전의 시대에 K팝은 국내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 구조였다. 그러나 좁은 국내시장을 벗어나 한국의 음악 선구자들은 해외시장을 부단히 개척해 한류라는 세계적 문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제 BTS나 블랙핑크가 세계적 아티스트들과 경쟁하듯 K팝은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국경 없는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독점 문제를 판단할 때에는 해외시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스스로 독과점을 우려하여 규모를 확대하지 못한다면 거대 규모의 해외 메이저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셋째, 음악사업에서 질을 추구할 것인가 양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SM은 유튜브를 통해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하면서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로 전환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여러 레이블을 두고 각 레이블이 아티스트를 전담해 기획부터 음반 활동까지 맡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의 음악 퍼블리싱 회사들이 지향하는 바와 유사하고 규모를 확대하기에 좋은 전략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의력 있는 프로듀서 등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관련 발표가 없어 자칫 질적인 향상 없이 다수의 레이블과 음악 제작으로 양적인 팽창만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히트드리븐 산업이며 흥행산업으로서 소수의 성공한 콘텐츠에 의해서 성패가 결정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소수 인력의 창의성에 기초한 질적으로 탁월한 콘텐츠 기획과 제작이 필요하다. 재무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경영적인 요소가 엔터테인먼트에서도 필요하지만, 창의적인 프로듀서를 통해 히트하는 콘텐츠가 나오면 당연히 장기적인 수익성도 확보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 SM 경영진이 발표한 개선 전략을 볼 때 창의적인 요소를 일부 축소하더라도 양적인 팽창을 통한 경영적인 성과를 이루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양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다 실패한 예를 들어보자. 과거 1970년대 미국 시장의 개척자이면서 최강자였던 비디오 게임 회사 ‘아타리’는 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당시 인기 영화였던 ‘E.T.’를 게임으로 조악하게 제작하여 양적으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소비자들은 질 낮은 게임을 외면했고, 아타리는 파산했으며 이후 미국 게임산업은 일본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이를 ‘아타리 쇼크’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SM 쇼크’가 나타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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