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 ‘결혼진술서’

손봉석 기자 2023. 2. 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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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이혼은 수재가 났을 때 떠내려가는 가재도구 중에서 반드시 건져야 할 것을 재빨리 골라내는 선택과도 닮아있다”

‘왜’가 중요한 것은 결혼을 결심할 때다. 그렇다면 이혼을 결단하는 사유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이 출간이 됐다.

‘나를 바로 세우는 이별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은 ‘결혼진술서’(지은이 김원 펴낸곳 파람북)는 헤어짐을 준비하는 심신이 불안정하고 괴로운 시기에 자신의 삶을 가장 객관화 해 차갑고 이성적으로 글로 기록해야하는 문서에 대한 설명과 가이드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담고 있다.

부부가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면 꼭 거쳐야 할 법적인 관문이 ‘결혼진술서(결혼생활진술서)’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사의 이혼소송 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진술서’가 바로 이 ‘결혼생활진술서’를 말한다.

결혼생활진술서의 중요성은 이혼 재판에서 재산분할이나 자녀 양육문제 등 결혼생활의 청산과 관련이 된 다양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그 글(문서)가 활용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나중에 몰아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성적을 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문화평론가인 저자는 이혼에 대한 에세이와 가이드북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 속에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묘사하는 것과 다른 실제 이혼 과정에 대해 잘 설명해 준다.

무엇보다 책 제목으로도 쓰인 ‘결혼생활진술서’의 작성 방법과 그 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들을 개인 사생활이 드러날 것을 감수하고 자신의 결혼진술서까지 공개하며 알려준다. 상대방의 다양한 폭언과 폭행까지 나오는 대목에선 눈을 감게 된다.

책에 따르면 결혼진술서는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부부가 됐고 반목이 어떻게 시작이 됐으며 혼인이 파탄이 난 원인과 사고들을 제삼자인 판사나 변호사도 알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저자는 이혼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이들에게는 현 상태의 유지와 이별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울 것인지를 비교해 보라고 권한다. 어느 쪽도 가볍지 않지만 더 힘든 쪽은 분명히 있고 이 차이를 간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또 자녀가 있다면 그들이 받을 상처와 어려움에 대해서도 살펴 볼것을 엄마(부모)의 시각으로 충고와 조언을 잘 전하고 있다.

또, 부부 뿐 아니라 연인들 사이에도 ‘연애진술서’를 작성해 보라고 조언한다. 문장으로 쓰기 어려운 엉망인 부분이 있다면 잠시 사귐을 멈추고 둘 사이의 관계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진술하기 애매한 관계의 에피소드와 이야기 속에는 분명 함정이 들어 있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저자는 결혼진술서 이혼 사유에 대해 “더는 같이 살지 못하겠다고 결심했던 이유”라고 작성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우리나라 첫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기고를 해 온 세상을 뒤흔들었던 ‘이혼고백서’를 떠오르게 한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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