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인구 절벽의 위기, 살아남기 급급한 대한민국 청년들

PD수첩팀 pdnote@mbc.co.kr 2023. 2. 1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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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군 고교 동창생 121명 추적‥현재 그들의 결혼 여부 확인 -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비혼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가장 많은 대답

14일 밤 PD수첩 <인구절벽 1부 - 우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서는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인구 감소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2021년, 한국의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인구 통계가 시작된 이후로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으로 떨어진 이후로 4년 연속 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안동시 서후면의 간재종택, 간재 문중은 효행으로 이름난 집안이다. 나라에서는 그의 효성을 기려 정충효각을 하사하고 불천위를 모시도록 했다. 400년 동안 이어져 온 간재 집안의 종손 변성렬씨는 가문의 후손을 이어 나가기 위해 결혼과 출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해 서른네 살 첫째 아들은 "사는 것이 힘들어서 결혼과 출산을 1순위로 두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서른세 살 둘째 아들은 "결혼이나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강요받는 게 필요 없다"라고 주장한다. 결혼을 기피하는 자녀와 애가 타지만 명확한 대책이 없는 부모.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저출산 쓰나미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종가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 제작진은 30대 중반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경남 거창군의 고등학교 졸업생을 추적했다. 연락이 닿은 121명의 졸업생 중 42명은 서울 및 수도권에, 79명은 고창 거창과 부산, 대구 등 비수도권에서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중, 고향에 거주하는 김씨는 두 딸의 양육비가 만만치 않으며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청년들의 사례를 통해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 째, 지방에서도 공무원 교사 등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졸업생들은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다. 두 번째, 지방의 일자리가 부족해 절반 이상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수도권에 청년들이 몰려왔으나 안정된 일자리를 얻지 못한 상당수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다. 경남대 사회학과 양승훈 교수는 “단언컨대 청년들의 이주 사유 1위는 일자리”라고 주장한다. 양교수는 "대부분의 청년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이를 탈출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공부문 교사 등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양교수는 "그 상황에서 연애, 결혼, 출산까지 생각하는 건 기본적으로 무리"라고 주장한다. 결국 한국에서 벌어지는 출산율 저하의 이면에는 일자리 부족과 집값 폭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숨어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 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딩크족', 즉 결혼을 하되 아이를 낳지 않는 청년도 늘어나고 있다. 제작진은 서울에 사는 여성의 삶에 더 다가가 보았다. 간호사로 일하다가 결혼을 한 이씨는 현재 두 아이의 엄마이다. 이씨는 육아를 위해 장기 휴직을 해야 해서 경력 단절의 위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최근에 딸을 낳은 김씨 역시 육아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에 부모 급여라든지 이런 것들이 많이 도입돼서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생후 1년까지는 부모가 옆에서 아이를 보살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제작진이 만난 맞벌이 부부는 양가 부모님께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혼했다고 해서 무조건 자식을 낳아야 하는 것이 아니며, 자식보다 본인에게 집중을 하고 싶다"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딩크족에 대해 최민지 기자는 "사람들의 생각이 예전과 바뀌었으며, 결혼을 하지 않는 삶이 결혼한 사람하고 동등한 지위를 갖는 선택지가 된 첫 세대가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40년 전만 해도 산아제한 운동을 벌였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는 "출산에만 초점을 맞추면 영원히 저출산 문제를 풀 수가 없고, 청년 인구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마교수는 "그 중심에는 일자리 문제가 존재하며, 먹고사는 것이 위협을 받게 되면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게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라고 주장한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다.', 제작진이 만난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구절벽 위기를 맞은 한국. 아이를 낳으라고 다그치기 전, 청년들의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우선이 아닐까.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455302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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