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리턴’ FC서울 황의조의 진심 “다시 경기 뛸 수 있어 그 자체만으로 행복”
기대와 달랐던 올림피아코스행
EPL 진출 교두보로 생각했지만
감독 교체 등 악재 겹치며 ‘쓴맛’
‘옛 스승’ 안익수 감독과 재회
과거 잊고 ‘재밌는 축구’ 목표
경쟁자 일류첸코와 공존도 자신
“K리그 최고 팀으로 이끌고 싶어”
“경기를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해요.”
6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온 황의조(31·서울)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다. 꿈의 무대로 여겼던 유럽을 잠시 떠난 그는 축구 선수로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것이 기뻤다.
황의조는 14일 FC서울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축구 선수로 경기를 뛸 수 있고, 내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나날”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리그앙 지롱댕 보르도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골을 쏟아냈던 그는 지난여름 자신의 판단에 발목이 잡혔다. 황의조는 보르도가 리그두(2부)로 강등되자 그리스(올림피아코스)를 경유해 잉글랜드(노팅엄 포리스트)로 날아가는 그림을 그렸다.
같은 구단주가 운영하는 팀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그에게 그리스행을 권했던 황인범(27)도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인범이와 한솥밥을 먹으며 월드컵에 참가하겠다는 그림이었다”고 당시 결정을 떠올린 황의조는 “그런데 그 결과가 우리 생각하고 크게 달랐다. 프리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을 넘어 감독도 바뀌고 전술도 달라지더라. 선수도 너무 많다보니 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다행히 황의조에게 다른 길이 열렸다. 미국프로축구(MLS) 3개팀(애틀랜타·미네소타·시카고)을 비롯해 K리그와 J리그 등에서 이적을 제안했다. 그의 선택은 서울이었다. 황의조는 “내 바람은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솔직히 연봉이나 환경 등 조건은 MLS가 나았지만, 계약기간(6개월)이 짧으면서도 나에게 가장 먼저 연락이 왔던 서울에서 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는 잊고 서울에서 반년간 내가 원하는 축구, 재밌는 축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경쟁 상대인 ‘주장’ 일류첸코와의 공존도 자신했다. 선발을 다투지 않고 투톱으로 나설 수 있는 전술의 다양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K리그1 12개팀 중 11위에 머물렀던 서울의 저조한 팀 득점(43골)도 해결할 수 있다. 황의조는 “일류첸코는 빌드업 플레이도 좋은 선수로 서로 상대 수비를 끌어내며 분산하면 골도 많이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유니폼을 입은 황의조는 그야말로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서울의 두 번째 전지훈련 장소인 이곳에서 벌써 세 차례 연습경기를 소화했다. 이제 시즌이 시작인 다른 선수들과 달리 몸 상태는 벌써 실전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꼭 10년 전인 2013년 성남FC에서 지도를 받았던 옛 스응 안익수 감독과의 재회도 기대요소다.
황의조는 “100%는 아니라도 90% 수준은 된다. 감각만 조금 끌어올리면 된다”며 “반드시 서울을 울산 현대나 전북 현대에 밀리지 않는 K리그 리딩 클럽으로 되살리고 싶다”는 욕심도 이야기했다.
황의조는 K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국가대표 공격 1번 옵션으로 복귀도 노린다. 지금껏 그는 부동의 주전이었지만 이제는 K리그에 잔류한 조규성(전북)과 선발을 다퉈야 한다. ‘포스트 벤투 시대’의 첫 시작인 3월 A매치를 기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상대에는 황의조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실망을 안겼던 우루과이전도 포함되어 있다. 황의조는 “새로운 감독님과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시작”이라며 “우루과이전에 뛴다면 내 역할을 하고 싶다. 팀을 위해 득점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기리시마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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