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1186.5㎞, 고독한 싸움…따뜻한 사람들 떠올리며 걸었죠”

이충진 기자 2023. 2. 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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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여성 최초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 김영미 대장
친구 응원 소리 등 들으며 힘 얻어
초속 4m 바람에 체감온도 10도 ‘뚝’
상당한 체력 소모 뒤따라 ‘고전’

지난 1월16일 오후 8시57분, 아시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에 도달했다.

남극 대륙 서쪽에서 출발하는 허큘러스 인렛루트를 통해 걸어간 거리만 1186.5㎞. 무게 113㎏에 달하는 썰매를 끌면서 영하 30도의 강추위를 50일 11시간37분간 뚫고 걸어가서야 환호할 수 있었다.

어떠한 보급도 없이, 홀로 남극점까지 걸어간 최초의 한국인, 김영미씨(42·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사진)는 14일 서울 중구 이비스앰배서더명동 라따블에서 가진 귀국 후 첫 공동인터뷰에서 “많이 추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걸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남극점 도달까지 자신을 도운 감사한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남극점까지 걸었던 거리만큼 많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즐겨 찾던 설악산 동굴의 물소리와 바람소리, 친구들의 응원 등을 녹음기에 담아 수시로 들으면서 도전을 이어갈 힘을 얻었다.

김씨는 2003년 히말라야 가셔브룸 2봉 등반을 시작으로 7대륙 최고봉 한국 최연소 완등(28세), 에베레스트 남서벽 신루트 등반(코리안 루트) 등을 이어왔으며 2017년에는 바이칼 호수 724㎞ 단독 종단(23일)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히말라야와 남극은)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한 점이 더 많았다. 수직과 수평의 차이일 뿐 극한의 환경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남극은 인내심과의 싸움이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도전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바람’을 꼽았다. “바람이 초속 4m로 불면 체감온도가 10도 떨어진다. 게다가 남극은 지형 특성상 계속 맞바람이 불기 때문에 바람을 밀고 나가는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최고 초속 12m까지 바람이 분 적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지원 단독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산악인 김영미 대장. 개인 SNS 캡처

김씨는 남극점 도달 도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낌없이 지원한 소속팀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이런 도전에는 400개가 넘는 장비를 챙겨야 한다. 게다가 산악 장비는 다 고가다. 많은 산악인들이 스폰서와 생계 걱정 속에 도전을 이어가지만, 김씨는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 소속으로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김씨는 “가는 길에 핀란드 탐험팀을 만났는데, 그분이 ‘코리아 팀은 늘 장비가 참 좋다’고 하더라”라면서 “항상 산행을 다녀오면 생계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노스페이스팀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며 산악인의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한 노스페이스에 감사를 전했다. 영원아웃도어는 2005년 ‘노스페이스 애슬리트팀’을 창단해 다수의 탐험가 및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및 후원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남극점 원정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된다. ‘화이트아웃-Kim Young-mi’s Solo Expedition to the South Pole’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충진 기자 h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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