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묵인”…또 지역농협 횡령 의혹
[KBS 창원] [앵커]
거제 장목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직원들이 수년 동안 억 대의 납품 대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해당 지역 농협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상부 기관에 신고하거나 경찰 고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최진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거제 장목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입니다.
이곳에서 납품업체와 거래를 담당했던 A씨와 B씨는 납품 대금 일부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판매할 야채나 과일 등 농산물 구입 가격을 원래보다 비싸게 책정해 농협이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뒤, 부풀려진 금액을 지인 계좌로 돌려받는 방식이었습니다.
2021년 5월부터 15개월 동안 두 직원이 횡령한 금액은 농협 측이 확인한 것만 1억 3천여만 원.
부풀려진 금액만큼 마트 고객들은 농산물을 비싸게 사야 했습니다.
납품업체를 선정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것입니다.
[횡령 가담 직원/음성변조 : "해당 업체와의 거래를 단절하겠다. 이러한 협박 아닌 협박이 이뤄질 시에는 어쩔 수 없이 농협 (직원)이 요구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다 맞춰줘야 하는 실정이고…."]
문제는 횡령 사실이 불거진 이후입니다.
지난해 9월, 비리에 가담한 한 직원의 신고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농협 측은 이후 농협 검사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경찰 고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자체 조사를 거쳐 문제의 직원들에게 횡령한 돈 일부를 변상하도록 했고 내부 징계 조치도 없었습니다.
이 가운데 30여 년을 일한 직원은 횡령 사실이 적발된 뒤 명예퇴직했고, 1억 원 넘는 퇴직금까지 받아갔습니다.
[거제 장목농협 조합장/음성변조 : "다 고향 사람들이거든요.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습니까. 경찰 조사를 하고, 횡령 조사를 하게 되면 상당히 곤란한 지경이 있을 것 같아서…."]
해당 지역 농협에서는 최근 4년 동안 또 다른 직원들의 횡령 의혹이 불거졌고, 현 조합장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습니다.
농협 중앙회는 직원 횡령 사건에 대한 KBS의 취재가 시작되자, 거제 장목농협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습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최진석 기자 (c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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