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옆 몰도바 대통령 “러, 공작원 침투시켜 우리 정부 전복 시도”
러 “근거없는 주장” 반박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 몰도바 대통령이 러시아가 자국에 공작원을 침투시켜 몰도바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고 밝혔다.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사진)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받은 사복 차림의 위장 세력들을 투입시켜 폭력 행위를 하고 일부 정부 건물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인질을 잡으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몬테네그로, 벨라루스, 세르비아 국적의 공작원들이 몰도바에 잠입해 야당의 시위로 위장한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려는 정황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는 러시아의 목적이 “몰도바의 헌정질서를 전복시켜 합법적인 정부를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불법적인 정부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현 몰도바 정부는 친서방 성향이지만 주요 야당은 러시아와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다. 산두 대통령은 지난해 10~12월 몰도바 경찰과 정보당국이 여러 건의 조직적 폭력 유발 시도를 막아냈다며 “몰도바에 폭력을 가져오려는 크렘린의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의 이 같은 계획이 “여러 몰도바 내부세력, 특히 범죄집단에 의존한다”며 구체적으로 해외 도피 중인 자국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일란 쇼르와 블라디미르 플라호트니우치를 거명했다. 친러시아 성향 정치인인 쇼르의 지지자들은 지난해 하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번 산두 대통령의 발표는 지난 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몰도바 정부를 전복하려는 러시아 정보기관의 계획을 입수했다고 밝힌 지 나흘 만에 이뤄졌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미 당국이 이런 의혹의 진위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러시아가 보여온 행동 범위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깊은 우려”를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는 14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의혹 제기는) 완전히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강력한 대결 구도 안으로 몰도바를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몰도바는 1991년 옛소련 붕괴 후 독립한 인구 260만명의 국가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동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곳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1500명 규모의 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이곳에서 일련의 폭발 사건이 발생하며 긴장감이 커지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러시아가 몰도바까지 침공하려 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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