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이 “미국 풍선도 우리 영공 침범”

이종섭 기자 2023. 2. 1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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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지난해 이후에만 10여 차례” 역공…미 “거짓 주장”
17~19일 뮌헨안보회의서 양국 외교수장 만날지 관심
미국 해군 4강습주정대(ACU4) 소속 병사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회수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연방수사국(FBI)으로 보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른바 ‘정찰풍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19일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나 긴장 완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왕 정치국원이 14∼22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를 방문하며 이 기간 뮌헨안보회의 중국 관련 세션에 참석해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과 왕 정치국원이 만나면 중국 정찰풍선 사태 이후 성사되는 첫 고위급 대면 접촉이 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지난 5~6일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미 영공에서 정찰풍선이 발견되자 방중을 무기한 연기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옳은 상황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도 “오늘은 더 발표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정찰풍선 문제로 불거진 양국 갈등과 긴장 관계를 일시에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중은 이날도 정찰풍선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 상공에서 정찰풍선을 운영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이것은 중국이 (자국)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최근 사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 수집을 위해 고고도 정찰풍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5개 대륙에서 미국과 40여개국 주권을 침해한 것은 중국”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 풍선도 자국 영공을 넘나들었다는 중국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앞서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정찰풍선 관련 질문을 받고 “미국 기구(풍선)가 지난해 이후에만 10여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을 넘어 들어왔다”며 “미국은 중국을 모욕하고 책망할 일이 아니라 태도를 바꾸고 스스로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미국이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격추한 뒤 대중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 풍선 역시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역공을 편 것이다.

정찰풍선을 둘러싼 양국 간 공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중국은 해당 풍선이 민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운용 주체로 지목하며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알렉서스 그린케이치 미 공군 중부사령관은 이날 한 행사에서 중국 정찰풍선으로 의심되는 고고도 성층권 기구들이 중동 지역에서도 수차례 관측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성층권에 여러 대의 정찰풍선을 고정해 놓고 전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는 그 근거로 중국 정찰풍선을 개발한 EMAST가 이 같은 최종 목표를 지난해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사실을 들었다. EMAST는 정찰풍선 네트워크를 미국 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비유하며 “고해상도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고 정찰과 운항 능력이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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