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4·3 색깔론 왜?…민주당 “윤리위 제소”

문준영 2023. 2. 1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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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주] [앵커]

어제 제주를 찾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제주 4·3 사건이 김일성의 지시로 일어났다고 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4·3 단체가 일제히 규탄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는데요,

민주당이 태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한 가운데 이런 철 지난 색깔론이 왜 다시 등장한 것인지, 문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 4·3 사건이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입장문을 냈지만, 자신은 북한에서 그렇게 배워왔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의원 : "저는 그 역사 인식에는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색깔론이라고 이야기한 데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보고서인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김일성의 지시로 4·3 사건이 일어났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면 이런 색깔론은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

태영호 의원의 주장과 비슷한 북한 지령설은 1973년 남로당 지하총책을 지냈다는 박갑동의 신문 연재글에서 비롯됐습니다.

남로당 중앙당이 폭동 지령을 내려 4·3이 발생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은 극우단체가 4·3을 폄훼할 때 주로 인용됐고 소송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훗날 박 씨는 자신의 글을 외부에서 고친 것이라고 실토했고, 4·3은 경찰과 서청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 제주 자체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1948년 지리산 진압군 사령관을 지낸 백선엽 장군이 쓴 책에도 4·3은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이 아닌, 자의적인 행동이었다고 기술돼 있습니다.

남로당 제주도당 정치위원이던 이삼룡 씨가 남로당 중앙당의 지령은 없었다고 2002년 증언한 내용도 진상조사보고서에 실려있습니다.

사실상 철 지난 색깔론이 나온 것에 대해 4·3 단체들은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한 태 의원이 전당대회 지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허영선/제주 4·3연구소장 : "북한 지령설에 대해서는 수많은 자료와 증언을 통해서 진상조사보고서에서 이미 근거 없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4·3 진상조사보고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발언이고요. 국회의원으로서 4·3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낸 망언이라고 밖에."]

더불어민주당은 태 의원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4·3 정신을 더럽히고 희생자와 유족에게 2차 가해를 했다며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위성곤/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민주당은 4·3 사건을 폄훼하고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명예 훼손한 망언에 대해 책임 물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습니다."]

태 의원은 오늘(14일) "종북 좌파에 의해 잘못 쓰인 현대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까지 추가로 밝혀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문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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