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 전력 현황] 삼천포여중 박선영 코치가 연습 경기를 하는 이유 그리고 하지 않는 이유

김아람 2023. 2. 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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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포여중 박선영 코치는 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연습 경기를 하고, '자신감 결여를 방지하기 위해' 연습 경기를 강행하지 않는다. 

 

지방 학교의 선수 수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삼천포여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까스로 5인의 엔트리를 꾸렸다. 삼천포초 농구부에서 올라오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상황. 다른 지역 선수나 동아리, 클럽 출신 선수가 삼천포여중 농구부에 합류하고 있다. 그러나 구력이 짧다 보니 기본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부터 삼천포여중의 지도를 맡은 박 코치는 “초등학교 4학년 정도부터는 농구를 시작해야 중학교 2학년 정도 됐을 때 많은 부분을 갖추더라. 우리 학교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 중학교에 와서 엘리트 농구를 시작한다. 그래서 중2, 중3이 돼도 기본기가 부족한 편이다. 농구를 5년 이상 접한 친구들과 기본기를 2~3년 한 친구들은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농구를 1주일에 1~2회 하는 클럽 농구와 매일 운동하는 엘리트 농구의 차이는 분명하다. 체력적인 면부터 다르다. 박 코치는 “초등학생 때부터 엘리트 체육을 했으면 중학교에 올라와서 진정한 체력 운동을 할 텐데, 우리는 기본적인 체력이 부족하다. 교체 선수가 없는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짧은 구력에서 나오는 체력 부족이다. 경기 중에 근육통이 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번 겨울엔 아이들의 몸 상태에 맞게 코어와 밸런스 운동을 위주로 했다. 이게 체력 운동의 1단계다. 일반적인 체력 훈련은 이게 된 다음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지방 학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삼천포여중은 연습 경기를 하려면 최소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그마저도 그동안엔 코로나19로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가 점차 사그라들며, 일상 회복으로 한 걸음 나아간 지금은 외부로 나가는 게 비교적 수월해졌다. 박 코치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했다. 1월에 삼천포에서 진행한 스토브리그에 참가한 이후 수원과 아산, 부산, 창원 등을 돌아다니며 연습 경기를 소화했다. 그러나 박 코치가 연습 경기를 실시한 이유는 조금 달랐다. 일반적으로 경기 감각과 전술 점검 등을 위해 하는 연습 경기와 말이다.

 

박 코치는 “처음 (삼천포여중에) 왔을 때 선수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발을 바꾸다가도 볼을 빼앗길 정도였다. 다른 학교 선수들보다 실력이 부족하다. 이걸 인정하고, 현실을 파악했다. 한 명이라도 다치면 (인원 부족으로) 대회에 나가지 못했고, 연습 경기도 충분히 할 수 없어서 다른 학교 선수들의 경기를 영상으로만 접했다. 그러나 실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래서 막연하게 준비하기보다는 수십 점 차로 패할 게 뻔한 데도 다른 학교와 연습 경기를 치렀다”라며 연습 경기를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얼마나 부족한지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코치가 백날 이야기해도 직접 맞서는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 다른 팀의 전력을 확인하는 것보다 자신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경기 결과 측면에서) 상대는 안 됐지만, 큰 경험을 했다”라며 연습 경기의 성과를 알렸다. 

 

그러나 박 코치는 연습 경기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그는 “지도자 선배분들께서 ‘백 점을 져도 자꾸 (연습) 경기를 붙여야 한다’고 하셨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예외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기가 없는데 전쟁터에 나가면 참패당하지 않는가. 이제 막 기본기를 익히기 시작해 자신에게 무기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선수들이 무기가 여럿인 선수와 붙으면 자신감이 결여될 수 있다. 실제 이런 문제로 팀을 떠난 친구들이 있다. 부딪치는 것도 기본기가 되어야 하고, 이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팀 운영을 상황에 맞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중요하다. 누가 와도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중학생 때는 농구를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농구를 왜 하는지,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시기다. 전문적인 길로 가기 위한 정신력을 다져야 한다. 나 역시 학창 시절에 농구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절실함과 정신력을 심어주고 고등학교에 올릴 생각이다”라며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선수들에게 시간 투자를 많이 한다는 박 코치는 “기본적으로 농구가 좋아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탈이 난다. 그게 중학교가 아닐 뿐이다. 이미 늦은 김에 더뎌도 한 단계씩 확실하게 가려고 한다. 다만, (농구가) 좋은 것만으로 끝내면 안 된다. 프로나 대학에 가려면 더 많은 무기를 가져야 한다. 정답이 아닐 수 있지만, 내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최대한 좋은 환경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며 삼천포여중의 미래를 기대케 했다. 

 

이는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박 코치는 “선수들이 스스로 부족한 걸 알기에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개인 운동도 강요하지 않는데, 다들 자발적으로 나와서 하더라. 본인이 느끼고, 스스로 길을 걷게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는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박 코치는 “삼천포여중은 운동밖에 할 수 없는 환경이다. 집과 학교가 가깝고, 학교에서도 선수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준다. 농구를 하기에 여기만 한 곳이 없다”며 삼천포여중의 부흥을 바랐다. 

 

사진 제공 = 삼천포여중 농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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