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가 피해 더 키워”…불법 건축과 싸운 도시는 멀쩡
[앵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16강전이 펼쳐졌던 이 경기장 기억하시죠?
9백 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쌓아 임시로 만든 탓에 함성과 발구름 소리가 요란했죠.
월드컵 이후 철거됐던 컨테이너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타르가 월드컵에서 썼던 컨테이너 숙소 만 개를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월드컵의 그 뜨거웠던 열기가 생존자들에게 온기로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지금 생존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하루 아침에 집이 무너진 이유 유례없는 강진 탓도 있지만 부실공사, 불법 건축물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불법 건축과 싸운 한 도시에서는 이번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피해가 큰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인구 22만의 도시, 안타키아입니다.
12층짜리 건물이 카드장처럼 완전히 쓰러져 있습니다.
수영장 등을 갖추고 '천국의 한 조각'이라 광고했던 240여 가구 고급 아파트 단지로, 지은지 10년밖에 안 됐지만 삽시간에 무너졌고 수백 명이 매몰됐습니다.
[아이딘 시스만/실종자 가족 : "(관계자들이) 건물의 기초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대요. 바닥, 주차장.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완전히 납작해졌어요."]
그런데 같은 하타이주 중심부에서 북쪽에 위치한 인구 4만 2천 명의 소도시, 에르진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같은 지진을 겪었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단 한 채의 건물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외케슈 엘마솔루/에르진 시장 : "불법 공사를 100% 막을 순 없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저는 분명한 양심으로 불법 건축을 어떤 식으로든 허용하지 않습니다."]
불법 건축은 이번 지진의 인명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진이 강력하긴 했어도 규정을 지켜 제대로 지어진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단 겁니다.
튀르키예의 내진 규제는 만7천 명 넘게 숨진 1999년 대지진 이후 대폭 강화됐습니다.
5년 전부턴 고품질 콘크리트를 씌우고 철근으로 보강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건설사 봐주기'도 화를 키웠습니다.
돈을 받고 부실 시공을 눈 감아 준 겁니다.
[자페르 마흐무트 본주크/안타키아 주민 : "여기서 살 수가 없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고향은 이제 사라졌다고요. 양심이 있다면 좀 봐요. 신이시여."]
뒤늦게 튀르키예 정부가 과실 치사 등의 혐의로 건설업자 등을 무더기로 체포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허술한 관리로 참극을 키웠다는 책임론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심연흽니다.
심연희 기자 (simony@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현장K] 10대까지 ‘성매매 채용’ 노출…업소도 사이트도 처벌은 ‘솜방망이’
- 시리아 국경지대 가보니…530만 명 거처 잃어 “최악 경험”
- 같은 판결문 놓고 해석 딴판…‘김건희 연루’ 쟁점은?
- 태영호 “4·3은 北김일성 지시”…정부 진상보고서 살펴보니
- 우표까지 나온 ‘김주애’…꼭꼭 숨겨둔 ‘아들’
- 또 불거진 조합장 문제 이번엔 신협…배임 고발하자 감사실장→창구 직원으로
- [ET] “해롱해롱한 기분”이라던 유아인…과거 발언도 소환
- “부실 공사가 피해 더 키워”…불법 건축과 싸운 도시는 멀쩡
- 中, 3억 학생·교사 마스크 벗었다…한국인 비자 발급도 곧 재개
- 은행 성과급에 1.4조 원…금감원장 “성과체계 살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