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사가 피해 더 키워”…불법 건축과 싸운 도시는 멀쩡

심연희 2023. 2. 1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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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와 브라질의 16강전이 펼쳐졌던 이 경기장 기억하시죠?

9백 개가 넘는 컨테이너를 쌓아 임시로 만든 탓에 함성과 발구름 소리가 요란했죠.

월드컵 이후 철거됐던 컨테이너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카타르가 월드컵에서 썼던 컨테이너 숙소 만 개를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월드컵의 그 뜨거웠던 열기가 생존자들에게 온기로 전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지금 생존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인데요.

하루 아침에 집이 무너진 이유 유례없는 강진 탓도 있지만 부실공사, 불법 건축물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불법 건축과 싸운 한 도시에서는 이번에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피해가 큰 튀르키예 하타이주의 인구 22만의 도시, 안타키아입니다.

12층짜리 건물이 카드장처럼 완전히 쓰러져 있습니다.

수영장 등을 갖추고 '천국의 한 조각'이라 광고했던 240여 가구 고급 아파트 단지로, 지은지 10년밖에 안 됐지만 삽시간에 무너졌고 수백 명이 매몰됐습니다.

[아이딘 시스만/실종자 가족 : "(관계자들이) 건물의 기초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대요. 바닥, 주차장.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완전히 납작해졌어요."]

그런데 같은 하타이주 중심부에서 북쪽에 위치한 인구 4만 2천 명의 소도시, 에르진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같은 지진을 겪었지만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단 한 채의 건물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외케슈 엘마솔루/에르진 시장 : "불법 공사를 100% 막을 순 없지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저는 분명한 양심으로 불법 건축을 어떤 식으로든 허용하지 않습니다."]

불법 건축은 이번 지진의 인명 피해를 키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진이 강력하긴 했어도 규정을 지켜 제대로 지어진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단 겁니다.

튀르키예의 내진 규제는 만7천 명 넘게 숨진 1999년 대지진 이후 대폭 강화됐습니다.

5년 전부턴 고품질 콘크리트를 씌우고 철근으로 보강하도록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정부의 '건설사 봐주기'도 화를 키웠습니다.

돈을 받고 부실 시공을 눈 감아 준 겁니다.

[자페르 마흐무트 본주크/안타키아 주민 : "여기서 살 수가 없어요. 우리의 아름다운 고향은 이제 사라졌다고요. 양심이 있다면 좀 봐요. 신이시여."]

뒤늦게 튀르키예 정부가 과실 치사 등의 혐의로 건설업자 등을 무더기로 체포하면서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허술한 관리로 참극을 키웠다는 책임론은 오히려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심연흽니다.

영상편집:전유진/그래픽:이호영/자료조사:문지연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심연희 기자 (simon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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