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노동자들, 노조 결성 추진…”로봇 취급에 지쳤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서 노조 설립이 추진된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주 버팔로 공장에서 일하는 테슬라 노동자들이 이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게 노조 결성 추진을 알리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 노동자들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 관련 데이터에 표지를 다는 일을 하고 있다. 이미지에서 사물을 식별해 자동차가 도로에서 사물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을 훈련하는 역할을 한다. 엔지니어 직군은 아니며, 초봉은 시간당 약 19달러(2만4000원)다.

이들은 회사측에 급여 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전한 이 공장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테슬라는 직원들이 작업당 소비하는 시간과 하루 중 적극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추적한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은 화장실에 가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다.

노조 설립 추진위원회 위원인 앨 첼리는 “사람들은 로봇처럼 취급받는 것에 지쳤다”고 말했다.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노동자들은 경영진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조 결성은 세계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라며 “이를 계기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테슬라 노조 결성 움직임은 서비스종사자국제노조(SEIU) 산하 ‘워커스유나이티드’ 노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약 8만6000명이 가입한 워커스유나이티드 노조는 2021년 12월 버팔로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시작으로 미국 스타벅스 매장 수백곳에 노조를 결성하는 데 성공했다. 첫 노조가 결성된 스타벅스 매장은 테슬라 공장에서 불과 약 10㎞ 거리에 있다.

노조 설럽 추진위원회 측은 오토파일럿용 데이터 입력 노동자 800명 뿐만 아니라 1000명에 달하는 이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도 조직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벅스 노조 결성 운동을 기획했던 워커스유나이티드 노조 활동가 재즐린 브리색은 “(테슬라는) 조직화가 불가능한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노동자들의 또 다른 사례다”라고 말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사측은 노동자의 과반수가 가입하면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 만약 사측이 자발적인 노조 인정을 거부할 경우, 노동자들은 미국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선거를 실시하도록 청원할 수 있다. 이 선거에서 노조가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사측은 노조와 단체 교섭을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된다.

테슬라에서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직원들이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함께 노조 결성을 시도한 적이 있고, 2018년에는 전미철강노조(USW)와 국제전기공노조(IBEW)가 버팔로 공장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노조 설립 투표를 위한 청원서가 당국에 제출되지는 않았다.

테슬라는 노조 결성을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임직원들에게 급여 얘기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등 미국 노동당국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몇 차례 받았으나 이런 판정에 이의제기 절차를 밟고 있다. 머스크와 회사 인사 책임자는 이번 노조 결성 움직임에 대한 블룸버그의 이메일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