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무섭다…1월 난방비 고지서

이유진·김세훈 기자 2023. 2. 1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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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가정 등 1년 새 50% ‘껑충’
전기·수도세도 올라 시름 깊어
서울 성북구의 한 대중목욕탕 업주가 14일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에 발부된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456만1570원이던 한 달 가스요금은 올해 893만1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연합뉴스

사우나업체 사장 강희석씨(58)는 1월분 가스비 고지서를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 1년 전 1000만원가량이던 가스비가 올해 1500만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20년 넘게 사우나를 운영하면서 처음 받아보는 액수였다.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강씨는 예스코(도시가스공급업체)에 전화했지만 “사용량은 비슷한데 요금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오르는 건 가스비뿐만이 아니었다. 전기료와 수도세도 올랐다. 강씨는 지난해보다 더 내는 공공요금이 10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14일 “궁여지책으로 목욕비를 1000원 올렸지만 인상분을 메꾸기에는 부족해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목욕탕을 운영 중인 정모씨(41)도 가스비 360만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지난해 1월 납부한 가스비는 223만원이었다. 1년 사이 50%가 넘게 올랐다. 전기세 인상분도 만만찮다. 지난해 1월 249만원이던 전기료는 올해 1월 337만원으로 뛰었다. 정씨는 하루 이용객이 지금의 절반도 되지 않는 여름이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여름이면 누적될 적자가 눈에 아른거려 걱정이 크다”면서 “24시간이던 운영시간을 줄이거나 아예 장사를 접는 업체들도 있다”고 말했다.

가스·전기 사용량이 많은 식당도 1월분 고지서를 받아들고 시름이 깊어졌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유기예씨(46)는 “대략 70만~80만원 하던 전기·가스요금이 150만원으로 2배 가까이 많이 나왔다”며 “코로나19 때는 수도세를 감면해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지원도 없다 보니 수익에서 그대로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인건비라도 줄이려 전에 없던 브레이크 타임도 만들었다. 거리 두기가 해제됐다고 손님이 더 찾아오는 것도 아니니 힘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5년째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모씨(58)는 “전달에 27만원 정도 나왔던 전기료가 이번에 42만원 나왔다”며 “(요금을) 너무 급격하게 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단계적으로 올려도 되는데 한 번에 올려버리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매장이)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해야 손님들이 많이 올 텐데 지금은 두 번 올 걸 한 번만 오게 되는 형국”이라고 했다.

“8평 원룸에 난방비 10만원이 말이 되나”

순댓국집 사장 강부찬씨(65)는 5개월 전 1000원 올린 순댓국 가격을 다음주에 다시 올릴 예정이다. 강씨는 “가스비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20만원 가까이 올랐다”며 “이 상태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아서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음식 가격을 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폭탄 고지서’는 일반 가정에도 속속 날아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강모씨(36)는 최근 1월분 난방비 고지서를 받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고 했다. 1월 한 달 가스요금이 30만원으로, 지난달 17만원에서 두 배 가까이 뛰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도 같은 기간 6만원에서 10만원대로 껑충 올랐다. 강씨는 “많이 나올 거라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9만원대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김모씨(48)는 “나름 선방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온수를 쓸 때를 제외하고는 난방을 거의 하지 않고 온수매트와 옷 껴입기로 한파를 버텼다”고 했다.

8평대 원룸에 사는 이효원씨(25)는 “이 좁은 원룸에 난방비 10만원이 말이 되나 싶었다”며 “1월분이 다 반영되지 않아 2월에도 요금이 많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2%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9개월 만에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달에는 역대급 한파까지 덮쳐 가스 사용량도 많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해 들어 kWh당 13.1원 인상됐다.

이유진·김세훈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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