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갇혔던 러시아 청년들‥4개월 만에 '난민 심사'
[뉴스데스크]
◀ 앵커 ▶
푸틴 대통령의 강제 징집을 피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러시아 청년들이 몇 달째 인천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지난해 저희가 전해드렸는데요.
이들에 대해서 난민 심사조차 받지 못하게 한 법무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입국 한지 넉 달 만에 청년들이 공항 밖으로 나와서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유경 기자가 다시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사람들이 떠나려고 들르는 인천공항 출국장을 넉 달 넘게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허름한 운동복 차림에,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앉아있는 남성들.
지난해 10월, 푸틴 대통령의 징집에 반대하며 우리나라로 온 러시아 청년들입니다.
5명의 청년들은 난민 신청을 하려 했지만 "자격이 없다"는 법무부의 결정 때문에 넉 달 넘게 출국대기실에서 노숙을 해왔습니다.
명분 없는 전쟁을 거부한다는 이들의 입장을, 법무부는 '단순 병역 기피'로 간주했던 겁니다.
[아르쫑(가명)/러시아인] "저는 러시아로 돌아갈 수 없다. 저를 감옥에 넣거나 전쟁에 보내거나, 살해할 것입니다."
MBC 보도 이후 이들에게 난민 심사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는데, 특히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들도 이 문제를 중점 보도했습니다.
법원은 먼저 소송을 낸 3명 중 2명에 대해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징집 거부가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면 박해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종찬/변호사] "난민 인정 그 자체를 떠나서 난민 심사의 기회를 달라는 것인데, 그 심사 기회를 받기까지 이렇게 4개월이 걸렸습니다."
선고 후 인천공항에서 이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두 달 전과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온 이들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넉 달 만에 공항을 벗어날 수 있다는 소식에 감격하면서, 조속한 종전과 평화를 기원했습니다.
[미샤(가명)/러시아인]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고,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여기에 묶여 있었으니까 힘들었죠."
[아르쫑(가명)/러시아인] "전쟁은 모두에게 끔찍한 일입니다.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죽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평화가 오길 바랍니다."
법원은 다만 또 다른 신청자 1명에 대해선 "제2국적을 가진 나라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는데 시도하지 않았다"며 기각했습니다.
법무부가 '난민심사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가 소송에 져서 뒤집히는 경우는 67%, 법무부 평균 행정소송 패소율의 3배를 넘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박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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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강재훈 / 영상편집: 박혜린
이유경 기자(260@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55282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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