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연애대전’ 김옥빈 “여자가 남자 때리는 ‘로코’에 반했죠”

이태훈 기자 2023. 2.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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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첫 로맨틱 코미디 주연
넷플릭스 ‘연애대전’의 김옥빈
배우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속 신부(神父)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 ‘카터’ 정병길 감독의 전작 ‘악녀’(2017) 속 무자비한 킬러처럼 또래 여배우들과 구별되는 역할을 맡아온 배우. 넷플릭스 '연애대전'은 그의 첫 로맨틱 코미디 출연작이다. /넷플릭스

“로코(로맨틱 코미디)인데 여자가 남자를 신나게 때려주잖아요. 너무 희한하고 신기한 거예요. 어디 가든 남자한테 지기 싫어 다 때려눕히고 다니는 로코 여주(여주인공)라니, 하하.”

첫 로맨틱 코미디 출연작으로 넷플릭스 ‘연애대전’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주인공 ‘여미란’을 연기한 김옥빈(36)이 털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남자도 여자도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상대 성별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남녀가 만나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면서 선입견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는 13일 총 78국에서 톱10에 들며 시리즈 순위 세계 4위(플릭스패트롤 기준)에 올랐다. 원조 한류의 선봉이었으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선 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로맨스 장르에서 나온 오랜만의 히트작이다.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격투 실력 뛰어난 변호사 여미란(김옥빈)이 우연히 여자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톱 배우 남강호(유태오)의 무술 강습을 맡게 되고, 계약연애를 거쳐 애틋한 마음으로 이어지는 연애담. 여미란 변호사는 길 가다 만난 ‘퍽치기’ 강도도, 의뢰인 돈을 빼돌린 사기꾼도 모두 신나게 때려준다. 장르 클리셰로 가득한 이야기가 뻔하다 싶다가도 뒤가 궁금해지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넷플릭스 '연애대전' 스틸

드라마는 젠더 갈등 속에 남녀가 서로 뱉는 날 선 말들이나 아직 남은 가부장적 사회의 면면을 가볍게 툭툭 건드리며 눈길을 끈다. 군복무와 임신 경력 단절, 회사 내 처우 등 종횡무진이다. ‘늙은 남자랑 젊은 여자는 범죄라면서, 늙은 여자랑 젊은 남자는 멜로냐?’ ‘남자는 아부만 믿고 일 제대로 안 하던데?’ ‘여자는 얼굴만 믿고 제대로 일 안 하잖아요’…. 골방에서 키보드로 싸우던 말들을 대놓고 까발리는 데서 오는 경쾌함이 드라마의 재미가 된다. 하지만 너무 가벼운 건 아닐까.

김옥빈은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남녀가 서로에 대해 가진 선입견이 이렇게 시원하게 극중 인물의 대사로 나간 적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한쪽으로 치우친 말들이 옳다는 게 아니에요. 서로 선입견을 가진 채로 다들 ‘요즘은 그런 말 하면 안 돼’라며 쉬쉬하죠. 이 작품은 그걸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다뤄서가 아니라, 밝고 아름다고 사랑스럽게,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주지 않는 방식으로 다뤄서 더 귀하다고 생각했어요.”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속 신부(神父)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 ‘카터’ 정병길 감독의 전작 ‘악녀’(2017) 속 무자비한 킬러처럼 또래 여배우들과 구별되는 역할을 맡아온 배우. 김옥빈은 “낯간지러운 걸 못 참는데, 20대에는 로코 장르를 밀어내다 30대가 돼서야 스스로를 너무 한계에 가둔 건 아닌지 돌아봤다”고 했다.

/넷플릭스

용기를 내 달려들었지만 쉽진 않았다. 깜찍하게 애교 부리는 연기를 하고는 감독에게 쪼르르 달려가 “저 어떡해요 감독님, 사람들이 보고 토하면 어떻게 해요?” 하며 묻기도 여러 번. “그럴 때마다 감독님도 촬영감독님도 ‘이상하지 않아요. 더 해도 돼요’ 해주셨어요, 하하. 그 말을 믿고 의지하며 촬영했어요.”

그렇게 어색하고 힘들던 코미디 연기가 몸에 착 달라붙는 건 놀라운 경험이었다. “웨딩드레스 입을 때 ‘내가 예쁜 거 말고 같이 간 친구가 예쁘다고 하는 거 골라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그 말을 처음 이해하게 됐어요. 내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옷인데 남들 눈엔 내게 꼭 맞는 옷일 수 있단 걸 처음 안 거죠.”

주먹이 앞서는 변호사 여미란(김옥빈)은 톱 배우 남강호(유태오)의 무술 교습을 맡았다가 성별을 향한 선입견을 넘어선 사랑에 빠진다. /넷플릭스

김옥빈은 원래 태권도 2단, 합기도 3단의 영화계 공인 무술인. ‘악녀’에서 지독한 액션을 경험한 뒤론 별다른 연습 없이도 무술감독의 설명 한 번이면 웬만한 액션 장면은 찍을 수 있게 됐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큰 힘이 됐다. “아직 우리 영화엔 저격총 들고 다니는 60대 할머니 킬러는 없었잖아요. 관리 잘해서 50대, 60대가 돼서도 멋지게 액션하는 배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할머니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여고괴담4′의 여고생, ‘다세포 소녀’의 그녀도 이제 마흔이 머지 않았다. “제겐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이 가장 큰 힘이에요. ‘마흔살에는 엄마가 될 거야’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빨리 노력을 해야 되겠죠? 지금 남은 계획은 그겁니다, ‘마흔에는 엄마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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