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전 집주인 세금체납 물으면 ‘예민한 사람’ 취급… 세입자의 당연한 권리다”
전세 계약을 앞둔 세입자가 집주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1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청년 주거권 보장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의결했다. 법무부·국토교통부 합동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TF’가 내놓은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의 후속 조치다.
주택임대차계약은 임대인(집주인)이 임차인(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빌리고,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집을 빌리는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협상력이 약한 세입자들이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개정안은 세입자들이 계약 체결 전 집주인에게 세금 체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했다. 임대인이 납세증명서 제시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이 직접 과세관청에 체납사실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법무부·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보 확인권은 뻔뻔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
주거권 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주 유의미한 법률”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단체는 “등기부등본에 쓰여 있지 않은 빚, 그러니까 세금을 얼마나 밀렸는지, 그리고 이미 받아 둔 보증금이 얼마나 많은지, 수십 년 동안 세입자들이 감히 요구조차 하기 어려웠던 이 정보를 이제는 당연한 권리로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그간 우리는 임대인에게 미납국세를 확인하고 싶다고, 선순위 임차보증금 규모를 알려달라고 요구해봤자 까탈스럽고, 예민하고, 쓸데없는 걸 달라고 하는 귀찮은 세입자로 취급되어 왔다”며 “너 아니어도 이 집 들어오겠다는 사람 많다고 어깃장을 놓는 임대인, 그의 편에 서서 나는 권한이 없다며 손 놓고 있는 공인중개사 앞에서 (청년들은) 이 집이 안전한지 아닌지 확인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 많은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빌려줄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러한 정보 불균형은 조직적 전세사기가 자라는 토양이 됐다. 등기부등본 상 빚이 없어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계약했지만, 알고보니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하거나 먼저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 보증금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 경우 압류·경매 등이 진행된다 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웠다.
단체는 “만약 계약 전 위험을 감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있었다면, 이를 확인할 수 있게 돕는 중개 행위가 의무화 되어 있었다면, 적어도 이런 유형의 피해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세입자의 정보접근권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 주택이 전세 사기에 악용될 소지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추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체는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의 울분과 상처는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세입자라는 이유로 겪고 있는 많은 피해 경험은 세입자에게 더 많은 힘을 보장하는 과정에서 회복될 수 있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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