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소망이 새처럼 훨훨…솟대 작가 김준길

KBS 지역국 2023. 2. 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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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 어귀에 세우던 솟대, 요즘은 공간을 장식하는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설치 작품으로 솟대를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오죽으로 만든 팔천 오백 마리의 솟대가 어우러진 작품‘세상’입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멀리 있는 분, 가까이 있는 분 그런 분들께도 골고루 액막이라든지 복을 전해줄 수 있는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망을 담아 비상하는 솟대를 통해 김준길 씨는 세상에 희망을 전합니다.

솟대가 반기는 김해의 한 마을.

100년 넘은 방앗간이 다양한 솟대를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사라져가는 솟대를 알리기 위해 공들여 만든 작품엔 하늘과 땅을 잇는 솟대의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세움대라고 하는데 우리 대나무를 상징하잖아요. 받침이 땅, 세움대는 우리가 오죽을 했지만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높이 장대에 올라가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선이거든요. 소매선, 신발의 코 선이라든지 이 선을 우리나라는 많이 추구하다 보니까 이 선에서 흘러나오는…."]

생김새 그대로 대의 자연 곡선을 살리고, 자연이 만든 촘촘한 뿌리 문양으로 솟대의 새를 더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청둥오리 같은 경우는 색깔이 굉장히 예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들이 닮은 것으로 오죽을 사용하죠. 뿌리에 나온 것을 제작해보면 아주 동그랗게, 보면 오리의 부리에 가깝게 나오는 겁니다."]

식용 죽을 비롯해 100가지가 넘는 대나무 중 김준길 씨는 오죽을 고집하는데요.

무르면 변형이 생기고 단단하면 터지기 때문에 2, 3년생의 곡선과 색이 살아있는 오죽만 골라 채취합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자연 곡선이 된 것으로 솟대를 만듭니다. 이렇게 채취를 하고 잎은 다 떨어뜨리고, 가장 중요하죠."]

뿌리는 벌레가 잘 생기기 때문에 자연건조가 필수.

변형을 막기 위해 삶기도 하지만 새가 될 부분은 오죽 빛깔을 살리기 위해 찌는 대신 별도 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뿌리의 생김새와 어울릴 새를 구상하는 중인데요.

비상하는 방향에 따라 좌우, 위아래로 형태도 다양합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좌 쪽으로 날 수도 있고 우 쪽으로 날 수도 (있고) 밑으로, 위로 사면을 날아야 한다는 거죠. (목이) 돌지 않습니까. 좌우가 되는 거죠."]

여러 공예 분야를 섭렵하며 40년 넘게 공예를 한 그가 솟대에 집중하게 된 건 사라지는 전통이 안타까워서였습니다.

솟대에 담긴 의미도 특별하지만 작품으로 두루 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좌우, 위아래 보면서 이렇게 날 수 있게 하는 게 목 부분과 머리 부분입니다."]

1년 넘게 제작한 설치작품은 무리 지어 비행하는 새떼를 연상하게 합니다.

새가 비상하고 안착하는 나무는 땅을 표현한 건데요.

나무의 형태와 재질을 고려해 솟대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붉은색의 대추나무는 나쁜 기운을 막는 벽사의 의미가 있어서 즐겨 쓰는 재료죠.

[김준길/솟대 작가 : "액막을 의미하는 건데 솟대 자체도 액막이입니다."]

꾸준한 솟대 작업 덕분에 자취를 감춘 솟대를 작품으로 만나는 즐거움도 큽니다.

[정기득/김해 내동 : "지금도 솟대를 만드시는 분이 있다는 것이 저희들한테는 아주 보기 좋은 거죠. 솟대라는 걸 보는 자체가 행운 아닙니까."]

땅의 소망이 하늘에 닿길 바라는 솟대는 사람과 하늘을 연결하는 희망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김준길/솟대 작가 : "많은 분들에게 전달되는 작품을 만들고 길이 남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을 한번 만들고 싶은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김준길 씨는 이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솟대, 사람들 곁에서 훨훨 날 솟대를 꿈꿉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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