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김일성·정일도 안 그랬다”…김정은 10세 딸 예우에 불만
北 소식통 “서른도 안된 여동생에 당 자리 주더니
어린 딸, 특별한 존재마냥 잔뜩 내세워” 볼멘소리
주민 자녀 “일반인 딸이면 저런 특별대접 받겠나”
지난해 말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북한 매체에 공개적으로 노출되고 공식 행사에도 등장하는 등 10여 세에 불과한 나이에도 북한 내부에서 전면부각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김정은도 하지 않던 일’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최근 김주애가 북한 사회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나타내는 것에 관해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서른 살도 안 된 여동생(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게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자리를 주며 내세운 김정은이 열 살이 조금 넘은 어린 딸을 주요 행사장에 데리고 다니며 특별한 존재 인양 잔뜩 내세우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김일성, 김정일도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8절(인민군 창건일, 건군절) 열병식이 있은 후 주민들 속에서 김정은의 어린 딸에 대한 태도와 반응이 달라지고 있다”며 “딸을 전격 공개한 것에 대한 놀라움과 긍정적인 관심에서 비난과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1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현장과 공로자 기념촬영 행사 등을 통해 김주애의 존개가 처음으로 북한 매체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북한 주민들은 호기심으로 김주애를 바라봤지만, 이번 열병식 행사 이후 어린 아이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에 대한 우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주민들이 김정은의 어린 딸에 관심을 보인 것은 과거 김정일이 자기 자녀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과 대조되었기 때문이고 아버지인 김정은을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며 “최근 주요 행사에 학생인 어린 딸이 연이어 등장하고 언론에서 요란한 존칭사를 붙여 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은 이번 열병식이 김정은 딸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며 “초급중학생(중학생)이 어른 티를 내며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하고 김정은과 같이 명예위병대(의장대)를 사열하며 머리 허연 간부들이 머리를 숙이고 쩔쩔매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도 RFA에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자식이 소중한 존재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열병식 행사에 김정은의 딸은 아이라는 감이 전혀 없이 고급 양복과 모직 외투 같은 사치한 옷에 쁘로찌(브로치)까지 달고 나와 세상이 다 보라는 듯 뽐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4살인 우리 딸은 (김주애가 나오는) 텔레비죤(TV) 화면과 신문 사진을 보며 ‘일반 노동자의 딸이면 저렇게 특별 대접을 받겠느냐’며 입을 삐쭉거렸다”며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에게 좋은 옷을 사 입히고, 세상에 부럼(부러움) 없이 키우고 싶다. 하지만 자식을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이 보란 듯이 키울 수 있는 가정이 이 나라에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고 반문했다.
김주애는 지난 8일 북한의 건군절을 계기로 군장성과 김 위원장 가족이 참석한 기념연회에서 장성들이 병풍처럼 선 자리 가운데에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또 8일 열린 야간 열병식도 김 위원장 및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주석단에 올라 참관한 것은 물론, 주석단의 ‘국무위원장’ 휘장 바로 아래의 한가운데 좌석을 차지하는 예우를 받았다.
또 14일 북한 조선우표사는 오는 17일 발행될 예정인 새 우표의 도안 8종을 공개한 가운데, 5종의 우표에 김주애의 모습이 등장했다. 우표 도안에서 김 위원장과 미사일을 배경으로 손을 잡고 나란히 걷거나 팔짱을 끼고 포즈를 취한 모습, 인민군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의 김주애가 담겼다. 북한 사회에서 아무런 공식 직함이나 지위, 업적도 업는 김주애에게 신종 우표 도안의 절반 이상을 할애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11월 김주애의 첫 등장 당시 북한군 장성들이 그를 대하는 모습 등을 바탕으로 북한의 과거 시대에는 없던 이례적 예우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 김주애의 첫 등장 당시 북한 외무성 소속의 영국 주재 공사를 지내다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북한 매체의 보도에 관해 “첫 번째 공개와 두 번째 공개에서의 아주 큰 차이가 있다”며 “첫 번째는 ‘사랑하는 자제분’, 두 번째는 ‘존귀하신’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번째 보도 때) 김주애에 대해서 북한의 4성 장성으로 진급한 이런 사람들이 허리 굽혀 폴더인사를 한다. (김 위원장) 딸은 허리를 편 상태에서 손을 내밀고 북한 간부들이 허리 굽혀서 인사한다”며 “북한의 간부들이 미성년자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다? (이런 일은) 김일성 때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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