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조원 차입…“반도체 투자 유지 위해서”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한테 20조원을 빌리기로 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올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인데 기존 40조∼50조원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란 풀이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14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만기는 2025년 8월16일, 금리는 연 4.60%다. 차입 금액은 2021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35%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5%를 가진 자회사다.

삼성전자가 자회사한테 돈을 빌리기로 한 것은 반도체 시장이 악화하는 상황에도 예년 수준의 투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는 17조원 수준으로, 지난해 43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해마다 50조원 안팎을 반도체에 투자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 영업이익으론 이를 감당하기 힘든 처지인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시설투자 금액은 53조1천억원으로, 이 가운데 90%인 47조9천억원이 반도체 투자 금액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말 기업설명회에서 “반도체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지속 투자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메모리 경쟁력 강화는 물론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사업, 시스템반도체 등에서도 선두업체와 격차를 줄이겠다는 목표인 셈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영업이익이 줄어들 전망 속에서 반도체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로부터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많지만 국외에 있어 이를 가져오기보다 자회사로부터 차입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