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엄석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성인용품①[정윤하의 러브월드]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이문열 소설 원작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등장하는 대사다. 그간 모든 것을 맘대로 통제하고 주입했던 무시무시한 ‘반장 엄석대’가 시대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힘을 잃자, 위축된 삶을 살던 한 초등학생이 외친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우리 대다수는 성(性)적으로 일그러진 시대를 살아 왔다. 섹스는 저속한 것이고, 성문화는 더럽고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군부 독재 시절과 예로부터 팽배했던 유교 사상이 만든 결과였다.
이는 직접적 성관계에만 연결된 얘기가 아니다. 혼자 즐길 권리, 즉 자위에 대한 인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본다. 그때 참, 성적 호기심이 충만했다. 경험도 없었고 환상만 있었다. 남자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남학생 못지 않게 여학생의 성적 호기심도 대단했다.
너무나도 자연스런 일이고, 정상적인 과정이었다. 그런데 그걸 해소할 방법을 잘 몰랐다! 혈기왕성한 몽정기 남성들이 듣는 레퍼토리는 항상 뻔했다. 자위는 몸에 좋지 않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 피부가 나빠진다. 키가 자라지 않는다.
운동을 하거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뜀박질을 하고 오면 정신이 맑아진다. 명상을 하거나 음악을 감상해라. 야한 동영상은 용서할 수 없다. “어딜 감히”라는 생각은 성문화가 개방된 지금도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했다. 이쪽은 유독 낭설이 많았다. 자위를 하면 생리불순에 걸리기 쉽다. 생식기의 색깔이 변한다. 자위는 불결하고 비위생적인 문화다. 매력이 없는 여자만 자위를 한다. 특히 마지막 얘기는 성적 선비사상의 코미디를 보여준다.
자위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으니 성인용품은 더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릴 적 나는 성인용품이란 변태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나사 풀린 사람만 사용하는 물건으로 알고 있었다. 20대가 되고서도 한참, 나에게 성인용품이란 저속의 대명사였다.
성인용품 광고는 주요 포털에서 일절 허용될 수 없다. 성인 콘텐츠와 관련된 사이트는 접속 금지라는 강력한 제제를 받는다. 성인물은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것들이다. 이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라는 엄석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강요하고 있었나?
“도대체 이게 왜 나빠!”
정윤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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