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문제 해결하려면 먹이주기 줄여야"

홍준석 2023. 2. 1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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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서 안락사 제안도…"생식능력 유지하며 야생동물답게 살도록"
서울환경연합 토론회…논란 재점화한 유튜버도 참석
길고양이 [촬영 오보람]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최근 한 유튜버가 올린 영상으로 다시 불붙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분별한 먹이 주기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서울환경연합은 14일 '더불어 사는 도시를 위한 심층세미나'라는 이름의 온라인 긴급토론회를 열고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튜버 새덕후(본명 김어진)와 국립생태원에서 포유동물을 연구하는 최태영 박사,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정숙 북부환경정의중랑천사람들 대표, 최영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이 참석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김산하 대표는 길고양이 논란을 '고양이 vs 새' 양분 구도로 봐서는 안 되며 생태계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어 "고양이는 인간에 의존해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상태보다 훨씬 많은 포식자가 (생태계 내에) 존재하게 된다"라며 "이 자체가 생태계에 주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공존은) 어떤 동물도 위험성을 지니지만 용인 가능한 수준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면서 "자연의 섭리가 작동하고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자연 스스로 길을 정하는 재야생화의 길을 여기서도 적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길고양이 지위는…"야생동물"·"가축화했다가 야생 돌아와"

길고양이가 한국 생태계에서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관련 정책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문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환경부 외래동물 정보시스템에서 보듯 길고양이가 '외래동물'이라는 데에는 입장이 모였다.

최태영 박사는 "인간이 야생에서 고양이를 잡아들인 게 아니라 야생 고양이가 인간 주거지에 와서 살게 된 것"이라면서 "처마 밑에 제비가 둥지를 트는 것처럼 야생동물과 인간이 같이 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길고양이가 고유 생태계를 파괴하는 침입종이라는 의견과 그렇더라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새덕후는 "고양이는 사람에 의해 개체 수가 과하게 늘고 우리나라 자연에 유입된 침입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로 고유 생태계를 위협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산하 대표는 "환경부가 유해야생동물을 지정하고 마치 해당 동물을 어떻게 해도 된다는 식의 조치는 문제가 있다"라며 "고양이를 그 카테고리에 넣기보다는 별도의 정책성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대표는 가축화한 후 야생으로 돌아간(feral) 동물을 따로 관리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마라도처럼 작은 섬이나 국립공원에서는 고양이를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길고양이 [촬영 홍준석]

먹이주기 줄일 필요 공감대…안락사 고려 주장도

패널들은 고양이 개체 수를 늘리는 먹이 주기를 당장 그만두게 할 수는 없더라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김산하 대표는 "급여를 당장 그만두면 먹던 동물도 주던 사람도 힘들다"라면서도 "(사람도) 부모에게 의존하던 자식을 어느 순간 졸업시키고 성숙한 개체로 살아가게 하기 위해 지원을 일부 끊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최태영 박사는 길고양이를 야생동물로 봐야 한다는 전제에서 먹이를 주면 야생성을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정숙 대표는 집비둘기 사례처럼 길고양이 먹이 주기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면서 홍보를 강조했다.

먹이주기 외에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안락사를 선택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태영 박사는 한국에서 멧돼지와 고라니 등은 수렵을 통해 개체 수를 조절하며 매년 10만 마리 넘는 개체가 사냥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도 길고양이 수렵은 거부감이 크고 다른 측면에서 제안하는 것"이라면서 "생식능력을 제거하는 TNR(중성화 후 재방사)과 생식능력을 유지하며 야생동물답게 사는 것 중 뭐가 더 옳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새덕후도 눈물을 흘리며 "뉴트리아, 배스, 블루길, 까치, 고라니, 멧돼지 등은 살처분함으로써 (개체 수를) 조절한다"라며 "특정 종만 선호하는 종 차별주의가 사회적·환경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해왔는지 직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 길냥이 [촬영 이성한]

한편 TNR과 관련해서는 개체 수 조절 효과를 보기 위한 기준인 75% 중성화율을 달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입양 등 다른 정책 수단과 함께 실시해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산하 대표는 "(길고양이 개체 수를) 사회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다면 TNR도, 먹이 주기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도 하나의 패키지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르면 다음 달 중에 TNR과 먹이 주기 중단, 안락사 등 길고양이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중심으로 후속 토론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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