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디지털강국을 양자강국으로 이어가자

2023. 2. 14. 18: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KIAS) 부원장

양자물리학은 자연의 궁극적 원리로 인정받고 있다. 양자물리학 원리로 탄생된 반도체 소자는 나노기술의 발전과 함께 '작게 더 작게' 만들어졌다. 처음 만들어진 트랜지스터는 손가락만한 크기였지만, 이제는 손톱만한 반도체 칩에 수천억 개도 넘는 트랜지스터가 들어앉게 되었다. 전 세계를 한순간에 연결하는 디지털 광통신도 양자물리학의 원리로 만들어진 레이저 덕분이다. 여기까지를 1차 양자혁명이라고 부른다. 양자물리학은 디지털 정보를 담는 그릇인 하드웨어의 원리로만 쓰인다. 디지털 정보 '비트'를 부리는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는 양자물리학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제 이 디지털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해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2차 양자혁명이라고 불리는 양자정보 과학과 기술이다. 양자정보의 단위는 양자물리학의 첫글자 '큐(q)'를 따서 '큐비트'라고 부른다. 0과 1이 동시에 될 수 있는 중첩현상, 기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양자얽힘 등 디지털 정보에서는 볼 수 없는 양자물리학적 현상을 이용한다. 그래서 양자물리학이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에까지 관여한다. 디지털정보기술이 리듬만으로 된 음악이라면, 양자과학기술은 여러 음들이 화성법으로 정교하게 어울리는 교향악 같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요즘 양자컴퓨터 프로그램은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와 비슷하다.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어떤 디지털 컴퓨터도 못 푸는 문제를 순식간에 풀 것으로 기대된다. 이 양자컴퓨터가 실용화되면 신약 개발이나 수많은 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막강한 계산력으로 어려운 암호를 풀어냄으로써 통신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양자암호는 도청이 불가능한, 심지어 양자컴퓨터로부터도 안전한 통신보안을 보장한다. 양자센서의 감도는 재래식 센서보다 수백 배 정밀하다.

이러한 양자과학기술의 현황을 살펴보면, 연구측면에서는 여러 학·협회에 분산되어 있던 연구자들이 2019년부터 함께 활동해 온 양자정보과학기술연구회(QUIST)가 작년에 한국양자정보학회(QisK)로 법인화되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상당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성균관대의 양자정보연구지원센터는 양자팹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자컴퓨터 클라우드를 운영해 양자과학기술 확산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양자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국내 양자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양자산업생태계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양자암호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통해 전용회선 요금제 출시 등 양자통신의 상용화를 위한 초기 기반을 마련하였다. 2021년에 설립된 미래양자융합포럼(FQCF)은 양자과학기술 관련 국내·외 산학연 교류와 산업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미래양자융합포럼은 공동으로 '양자정보기술 백서'를 발간하여 양자과학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 양자컴퓨팅산업 선도기업연합(QCILA)은 국내기업들의 양자컴퓨터 관련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지원하고 있다.

양자과학기술 연구개발 및 산업활성화 측면에서의 활발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양자과학기술 전문가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문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린 학생들에게 양자물리학을 본격적으로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양자과학기술의 성숙은 수십년에 걸쳐 일어날 것이므로 미래에 양자과학기술을 이어갈 아이들이 수학, 물리학, 공학에 대한 열의를 지킬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양자정보과학이 산업기술, 돈 되는 양자과학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학을 넘어 수학과 다양한 공학전공자들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양자과학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이 있지만, 양자과학기술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생태계 형성 및 활성화를 돕고 가속화하기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70년경까지 과학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져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드높은 교육열과 정부의 리더십을 통해 지난 50여년간 경이적인 속도로 기술선진국들을 따라잡았다. 디지털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를 선도한 경험이 있다.

미국은 중국의 양자 굴기에 대하여 2018년 국가적 양자 주도(National Quantum Initiative) 법으로 맞서며 치열한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 2021년말 미국 상무부가 중국 양자과학기술 관련 회사 등 28개 기업에 제재를 하면서 앞서가는 나라들의 사다리 걷어차기 조짐이 보인다. 디지털 때처럼 남을 뒤따라 갈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는 2022년 10월에 12대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지정해 국내 연구개발 투자와 양자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23년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해 양자과학 석학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양자과학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중장기적으로 양자정보 기술개발 및 인력 양성, 상용화 등 종합적 지원을 위한 법안이 현재 발의되어있는 상태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디지털 강국' 한국이 '양자 강국' 한국으로 진입하기를 기대한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