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칼럼] 데카르트와 인공지능 챗GPT

2023. 2. 1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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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요즘 단연 화제다. 2016년 구글의 바둑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충격보다 파장이 더 크다. 챗GPT는 보고서 시 소설 음악 그림 등 별의별 주문 결과물을 순식간에 내놓는다.

챗GPT는 사람보다 빠르다. 모르는 거 빼고 다 안다. 인간 뇌의 1000억개 뉴런을 흉내내 딥러닝(기계자체 심층학습)을 한다. 전기만 대주면 지치지 않고 지식을 초스피드로 생성한다. 모르는 건 인터넷(정보의 바다)에 유입되지 않은 비(非)데이터다.

빅데이터를 초특급 GPU(그래픽처리장치)로 굴리는 '괴물 AI' 챗GPT는 지식자판기로 불릴 만하다. 1, 2, 3차 산업혁명기마다 직면했던 인간대체 노동력의 유용성을 넘어섰다. 인간의 최후보루인 뇌 기능까지 대체한 AI를 어떻게 볼 지 과학철학적 이슈를 던졌다. 초인공지능은 슈퍼 만능신(神)인가? 이러다가 AI가 사람을 지배하는 건 아닌가?

이런 기대와 우려는 지나치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인터넷 스마트폰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AI. 차분히 △파급력 △윤리·지적재산권·특허권 △지능에 대한 본질 등을 짚어봐야 할 때다.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자신이 하는 경제·교육·예술활동에 쏠려 있다. 자기 밥줄이 걸린 문제여서다. 정작 AI는 군사와 정치분야에서 폭발력이 더 크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이기기 위해 인터넷을 개발했듯이 인공지능도 초기부터 미 국방당국에서 지원받았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암호를 해독, 승리에 기여한 것만 봐도 인공지능과 군사활용은 불가분의 관계다.

대국 러시아가 작년 이맘때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도 전쟁터에서 밀리는 것도 AI 때문이다. 미국의 AI 무기체계 전술을 지원받은 우크라이나는 쳐들어오는 러시아 탱크를 곳곳에서 박살냈다. 러시아 탱크가 움직이면 인공위성에서 찍은 데이터를 보고 AI가 "저건 어느 나라 무슨 탱크지? " 분석해 러시아 무기라고 판단하면, 정확한 좌표를 미국의 로켓 시스템에 인식시킨다. 버튼 세 개만 누르면 로켓탄이 적군 전차들을 부순다.

미국은 우크라니아·러시아 전쟁터를 4차 산업혁명의 실험장으로 삼고 있다. 세계 각국의 첩보기관이 주목하는 팔란티어(PALANTIR)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의 군사작전수행 민간회사다. 빈 라덴 사살 작전에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CIA 등 정보기관을 주고객으로 삼는다. 비밀에 쌓여있는 회사인데도 특이하게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팔란티어 대표를 작년말 일본 기시다 수상이 초청해 만났다. 작년 12월10일자 아사히신문의 수상 동정란에 실린 단 한줄 짜리 기사다. 군사기밀이라서 회동 사실만 공개됐다. 일본이 국가방위전략에 AI기술을 도입할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위력과시용으로 묶인 핵무기 대신에 AI무기체계가 첨단군사력의 척도가 됐다. 우리나라는 AI전쟁 능력을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I가 몰고올 변혁에서 정치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리스크 컨설팅사인 유라시아그룹은 연초 발표한 2023년 10대 리스크로 첫째 푸틴, 둘째 시진핑, 셋째 챗GPT에 의한 사회 혼란을 꼽았다. 챗GPT 기술을 악용한 가짜뉴스가 정치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대선에 써먹었던 드루킹 여론조작보다 챗GPT는 영향력에서 몇곱절 클 수 있다.

이처럼 AI는 살상무기와 정치무기로 쓰인다는 점에서, 원자력발전과 원자폭탄의 쓰임새 만큼 과학철학적 판단 잣대가 필요하다. 진화과정에서 발달해온 지능의 본질에 대해 정의를 해봐야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17세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종교의 시대를 끝내고 인간 이성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는 인터넷이 나온 뒤 '나는 검색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존재가치를 바꿨다. 다시 '나는 AI에 물어본다. 고로 존재한다'고 수정해야 하나?

사람의 뇌가 미지의 영역이듯이 AI도 진행형이다. 서로 지적 영역을 넓히면 인류와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다.

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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