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문화가산책] 신간을 만나다…<배터리 전쟁> 외

김문영 2023. 2. 1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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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배터리 전쟁 [사진=위즈덤하우스]

배터리 분야 세계적인 애널리스트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가 배터리 관련 분석을 담은 책을 처음 출간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서비스 기업 S&P의 배터리 산업 전문가인 저자는 석유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중동으로 흘렀지만, 리튬 산업은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에 집중됐고 이 때문에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의 중심도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책에 따르면 중국과 리튬 삼각지대, 호주가 리튬을 채굴하고 재가공해 가치 사슬의 상단을 맡고 있다면 한국과 일본, 미국은 그 리튬으로 각종 부품을 만들고 배터리를 생산해 가치 사슬의 하단을 맡고 있습니다.

저자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유럽의 희망"이 된 반면, 일본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처음 상용화한 나라로 관련 기술은 뛰어나지만 현재 리튬 채굴과 재가공, 부품 생산과 조립 등 어떤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미국은 가치 사슬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은 낮지만 NCM 양극재(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가니즈 혼합)가 리튬 이온 배터리에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기 때문에 특허를 이용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저자는 세계 최고 품질의 리튬을 확보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리튬 생산 업체를 17년간 칠레를 강압 통치한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사위가 지휘했던 사정 등 각종 정보원의 자료 등도 공유합니다.

다만, 저자는 배터리 산업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소개하면서도, 도전 역시 계속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리튬 채굴은 모든 광업 활동이 그렇듯 일련의 환경 문제를 유발하며, 다른 금속과 달리 대체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소비해 얻어야 하고, 그것을 충전하는 전기에너지는 선진국에서조차 대부분 석탄을 채워 만들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책의 말미에선 재활용과 도시 광업은 물론, 전기를 동력으로 삼는 비행기나 화물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함께 논의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사진=웅진지식하우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이끌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승인한 유일한 공식 저서가 출간됐습니다.

젤렌스키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난 2019년부터 전시 지도자로 거듭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국민과 전 세계를 상대로 3년간 해온 수많은 연설 가운데 엄선한 19편이 담겼으며, 젤렌스키가 이 책에 실릴 연설문을 직접 고르고 서문을 썼습니다.

저자는 21세기에 벌어지는 그 어떤 전쟁도 결코 '남의 전쟁'이 될 수 없다고 말하며, 각자의 일상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움직여야 한다는 연대의 외침을 담아냈습니다.

젤렌스키는 단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전쟁 초기 정치 초보라 조롱 받았습니다. 하지만, 용기 있는 태도로 자유의 가치를 되새기는 강력한 목소리를 전달한 그의 연설은 이제 '수십 년 읽힐 명문' 등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재차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우리가 끝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인의 용기가 '유행이 지난 것'이 되지 않도록 잊지 말아달라 당부합니다.

이 책의 인세는 전액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해 설립된 유나이티드24(u24.gov.ua)에 기부됩니다.

희망의 이유

희망의 이유 [사진=김영사]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며 자연 환경과 동물 보호에 앞장서온 제인 구달의 대표작이 재출간됐습니다.

이 책은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이 66세의 나이에 지난 날들을 회고하며 쓴 글로, 삶의 내력과 철학, 내면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앞서 제인 구달은 친구의 초청을 받아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났으며, 곰베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하면서 동물학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두 남편과의 이혼과 사별, 침팬지 종족의 전쟁 등도 겪었지만, 이러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제인 구달 연구소와 환경 운동 단체 '뿌리와 새싹'을 설립하면서 평생을 야생 동물 보호 운동과 생물 다양성의 전파에 힘썼습니다.

올해로 89세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강연과 활동을 이어오는 제인 구달은 이 책에서 "지구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그들'에게 떠넘기는 그만두어야 한다"며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중국의 야생동물 시장에서 시작된 것 같고 막대한 인간 고통과 경제적 혼란을 야기한다"며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희망은 있고 이는 희망적인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관한 것"이라며 '행동'을 촉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폐기물을 특수 처리해 만드는 '생태 벽돌', 토양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재생 농업,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뿐 아니라 버려진 제품을 재사용하는 방법,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분해성 대체물 생산 기술과 대기중 탄소 포획 기술 등이 이상적인 예로 언급됩니다.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 [사진=여문책]

폭우로 온몸이 젖어 덜덜 떨고 있는 두 마리의 침팬지를 사람이 구조해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게 하자, 두 마리의 침팬지가 실내에 달려가기에 앞서 자신들을 구조해준 사람을 꼭 안아줍니다.

하품 전염과 같은 '감정 전염' 현상도 동물에게서 나타납니다. 집에서 기르는 개는 물론, 말과 원숭이들 사이에서도 하품은 집단으로 전염되는 일이 잦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책 <인간 같은 동물, 동물 같은 인간>의 저자인 이정전은 동물이 사람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가 정년 은퇴한 저자는 행복경제학과 환경경제학 등 분야에서 많은 글을 발표해 왔습니다.

그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말이 들려오는 시대에 맞춰, 인간과 동물에 관한 연구를 통해 알려진 새로운 사실을 다수 소개합니다.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예시는 상당수 있습니다. 한 예로, 여러 동물들이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말과 당나귀, 얼룩말은 만났을 때 입꼬리를 뒤로 젖혀 인사하고, 설치류도 양미간을 좁히고 뺨을 부풀려 괴로움을 표현한단 겁니다.

또 동물들은 고귀한 감정이 있습니다. 동물원 해자에 빠져 비명을 지르며 물 속으로 떨어져 버둥대는 침팬지를 본 다른 침팬지는 물 공포증을 극복하며 자기 희생을 감행하곤 합니다. 이렇게 동료를 구하려고 시도한 유인원에 대한 보고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처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모아 소개하며, 저자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각종 동물보호단체가 많이 생겼났지만 이들의 활동만으로는 역부족이며 동물 보호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자체가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2050 미중 패권전쟁과 세계경제 시나리오 [사진=김영사]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에 러시아가 끼어들면서 벌어진 지각 변동을 담은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최근 대만을 두고 대결 일로인 미국과 중국의 군사 전쟁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글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 본토 점령 시나리오와 미국의 중국 봉쇄망 뚫기 작전 등이 소개되며, 실제 전쟁이 일어날지 등 각종 가능성을 전망합니다.

저자는 만일 대만 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 전쟁일 벌이게 될 경우, 지난 2017년 미국 랜드연구소의 워게임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고 소개합니다.

때문에 어느 나라가 최종 승리를 할지는 미국이 전열을 갖추기 전 중국이 대만 침공작전을 개시할 수 있을지와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 일본, 호주, 캐나다, 한국 등의 움직임이 어떠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만 봉쇄가 장기화되고, 미국이 중국 방어망을 못 뚫을 경우에는 대만 내 민생이 점점 피폐해지며 친미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대만 내 여론이 독립을 반대하거나 중국과 통일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저자 최윤식 박사는 앞서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 의존 상태를 뜻하는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말이 유행하던 10여 년 전, 중국과 미국의 패권전쟁을 예견했으며, 실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으로 그 주장이 들어맞은 바 있습니다.

저자는 부동산 시장 대붕괴를 막고 중산층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시진핑이 대만 통일을 3연임 임기 후반쯤으로 계획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 러시아와의 군사적 긴장감 축소를 위해 중국과 전략적 대화 분위기를 만들면서 의외의 균형점을 찾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합니다.

아울러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의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것은 2045년 이후에나 가능하기에 미중 패권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은 버틸 수 있어도 중국이 버티기 힘들 것이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밀월 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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