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지진, 반복되는 잘못

박종원 2023. 2. 14. 18: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방 당국과 건축업자, 관리자들의 태만이 살인으로 이어졌다."

벌써 20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총리였던 지난 2011년 동부에서 규모 7.2 지진으로 약 523명이 사망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약 12년이 지난 이달 8일, 지진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둘러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방 당국과 건축업자, 관리자들의 태만이 살인으로 이어졌다."

벌써 20년째 집권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총리였던 지난 2011년 동부에서 규모 7.2 지진으로 약 523명이 사망하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약 12년이 지난 이달 8일, 지진 사망자가 3만명을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 정도 규모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지금이나 2011년이나 다를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부패와 부실은 12년 전, 24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에르도안은 1999년 강진으로 약 1만7000명이 사망한 직후 2002년 총선에서 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이어 안전규정을 대폭 강화하고 지진 방지를 위한 '특별 통신세'를 거뒀다.

외신들은 튀르키예의 건설규정이 문서상으로는 완벽에 가깝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외국 자본으로 고속도로를 짓는 등 건설경기 붐을 일으켰다. 동시에 주기적으로 안전규정에 미달한 건물을 자진신고하면 벌금으로 사면하는 이른바 '건축 사면'을 통해 재정을 충당했다. 에르도안은 2018년에도 사면을 단행한 뒤 이번 지진으로 파괴된 카라만마라슈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랑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달 지진 피해를 입은 10개주에서 건축 사면을 받은 건물만 7만5000채였다고 전했다. 5월 대선을 앞둔 에르도안 정부는 지난 11일에 부실공사 혐의로 113명의 건축업자들을 체포했으며 1년 안에 건물을 재건하겠다고 주장했다.

튀르키예는 4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경계다. 지진을 피할 수 없다는 말은 사실이나 미리 대비할 수 없었다는 말은 거짓이다. 이스탄불 보아지치대학의 하칸 술레이만 교수는 지진으로 2만5000채의 건물이 파손됐다며,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결과가 전혀 달랐다고 주장했다. 이스탄불공과대의 외브귄 아흐메트 에르잔 교수도 "53년 동안 지진을 연구하면서 이런 재난은 처음이지만 대부분의 붕괴는 사람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2000년 이후 공식 집계된 지진만 17건이 넘는 국가에서 수만명의 국민이 또다시 지진으로 목숨을 잃었다면 이를 순전히 '자연'재해라고 부를 수 있을까?

pjw@fnnews.com 박종원 국제경제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