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에너지수입액 70% 폭증 … 무역부터 내수까지 치명상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3. 2.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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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폭풍 덮친 韓경제
공급망 흔들고 에너지값 올려
원유의존도1위 韓 타격 더 커
무역적자·인플레 갈수록 심화
3분기 국민소득 5조원 증발해
내수 위축되며 경제체력 바닥

◆ 우크라 전쟁 1년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E플레이션(에너지 인플레이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자원 부국 간 전쟁이 터지자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됐고, 투기적 거래까지 확산되면서 에너지 가격 급등세가 전 세계로 전염됐다.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과 가계는 시름이 깊어졌다. 국가 전체적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수출을 해도 에너지 수입으로 돈이 빠져나가면서 무역적자 골이 깊어졌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위에서 요지부동이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실질소득이 줄었다. 국민이 잇달아 지갑을 닫으며 소비까지 위축되는 함정에 빠졌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두바이유 가격은 1년 새 39% 급등한 배럴당 96.41달러로 집계됐다. 액화천연가스(LNG)는 같은 기간 128% 뛴 MMBtu(1MMBtu=25만㎉)당 34.24달러, 석탄(호주산)은 무려 161% 오른 t당 361.18달러로 뛰었다. 알루미늄·구리·철강 등 원·부자재도 가격 인상 요인을 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새 70% 불어난 1908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작년 무역수지는 역대 최악인 47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방위적 가격 인상은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5.1% 올라 외환위기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지난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OECD 평균(9.6%)보다도 낮은 편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한 한국의 에너지 수입 구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계 석유기업 BP 통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 한국의 원유 의존도(국내총생산 대비 원유 소비량)는 OECD 1위로 조사됐다.

수입자본재 의존도 또한 높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의 수입 자본재 의존도는 39.4%에 달한다. 국내 공장에서 사용되는 생산장비 10개 중 4개는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뜻이다. 설비투자 부담이 늘며 생산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민의 지갑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총소득(GDI)은 2분기에 비해 1.3% 급감해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했던 2020년 2분기(-1.9%)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GDI는 458조원으로 1분기 만에 5조8292억원이 감소했다. GDI는 한 국가가 벌어들인 생산물가치(GDP)에서 수출입 단가 등 교역조건 변화로 생긴 무역손익을 반영해 산출한 금액이다. 경제 주축인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며 1분기 만에 5조원 넘는 국민소득이 허공으로 증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 직격탄을 맞고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과 제조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1분기 3.6% 늘며 한국 경제를 '나 홀로' 떠받쳤던 수출 증가율은 2분기 -3.1%로 급감한 뒤 3분기 1.0%로 저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타격에 지난해 3분기 제조업 생산(-1.0%)은 2020년 2분기(-8.8%) 이후 최저치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충격이 당분간 완화되기는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가격 급등에 따른 가수요가 남아 있고, 전쟁 공포심리도 해소되지 않았다"며 "소비자가 체감할 만한 가격 하락까지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사태가 진정돼도 이미 높아진 기업 비용구조가 당장 낮아지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가 세금 완화와 노동개혁, 진입 규제 해소를 통해 기업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생산성과 효율성 높은 경제구조로 개편하는 작업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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